개헌은 누가 하는가
개헌은 누가 하는가
  • 승인 2021.07.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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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헌법은 국민의 대표자로 뽑은 국회의원을 통해서 국민이 만듭니다.“

이른바 ‘87년 헌법’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훌쩍 지난 만큼 ‘시대정신에 맞는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 한 국가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

현행 헌법 128조에 의하면 개헌 발의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할 수 있다. 대통령은 20일 이상의 기간에 이를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개헌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국회에서 의결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개헌이 이루어진다.

개헌이 이루어질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이라며 “개헌은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 개헌이어야 하며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개헌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등 노력했음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개헌은 국회의 의지가 중요함을 다시 확인했다.

물론 개헌은 현 정권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 중 2017년 개헌을 위한 국회의 논의를 공식요청하였다. 이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정부 헌법개정지원협의회 등이 발족되었다.

헌법은 구성원들의 약속을 담은 국가의 설계도이다. 구성원 개인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적으로 공동체를 이끌어나가고자 하는, 미래세계에 대한 밑그림이다.

아쉽게도 현재 개헌박스는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큰 권력구조(정부형태) 및 선거구제 개편 등이 포장치를 차지하고 있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다양한 논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더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헌법을 고치는 개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정치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들러리거나 배제되어 왔던 경험이 누적되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 내가 뽑은 대표가 나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데도 무덤덤하다.

개헌에 대한 국회의 관심이 낮은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원하는 세상을 문서화하는 일에 주권자인 국민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없다면 국회는 원하는대로, 필요한 시기에 개헌을 추진할 것이다.

이대로 있어도 불편함이 없는 사람은 개헌을 원치 않을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헌법개정에 있어 개헌의 ‘내용’에 앞서 개헌의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및 멕시코시티주 등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헌법개정과정에 시민들의 광범한 참여를 이끌어냈다.

개헌안의 내용이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 국가의 장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나아가 각각의 의제들이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며 이를 통해 다른 주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개헌이 가능하다. 더불어 이 과정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구성원의 집단적인 성장과정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헌법개정과정에 국민이 광범하게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게 되면, 새로운 헌법의 정당성 제고만 아니라 개정과정을 통해 헌법교육 및 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만 아니라 지역과 세대를 넘어서는 국민 통합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지역에서 개헌안에 대한 논의를 하다보면 헌법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상세하게 규정할지, 아니면 간단하게 그 정신만 담아내고 정치적 여지를 넓히는 방식으로 할지 둥 다양한 논의거리들이 있다.

개헌은 주권자가 원하는 세계를 직접 그려 큰 그림으로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논의과정은 개헌이 나를 위한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국민 참여 개헌은 지금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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