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거나, 저 동백
꽃으로 그냥 지네
하늘 향한 눈망울 노랗게 이냥 뜬 채
꽃울음 빨갛게 울어 한 목숨 떨어지네
천 길 벼랑 틈에 까만 발톱 딛고 서서
허연 파도 거품 위에 꽃으로 붉게 피어
꽃봄이 내일 모렌데 속절없이 꽃이 지네
그대, 설운 꽃잎아
그대 그린 꿈의 지평地平
모래톱 저 굽이 지나 조각보로 펼칠 것을
종소리 붉게 토하며 봄빛 먼저 동백 지네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동백꽃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표층적 의미망으로 풀어내고 있는 수준 높은 작품이다. 동백의 ‘고결한 사랑’의 꽃말처럼 이 시 제3연 끝 행 ‘봄빛 먼저 동백지네’에서 제목 “낙화”가 필연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의 제목 선정이 참 어렵고 중요하다. 암튼 시는 이렇게 써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