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라는 화두
공정이라는 화두
  • 승인 2021.07.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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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 관광계열 교수 경영학 박사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사안을 평가하고 판단함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사회 또는 조직에서 대우나 이익 배분을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세월 한국 사회에서 공정에 관한 화두는 끊임없이 제기되었으며 급기야 2016년 최순실·정유라로 대표되는 불공정의 논란 속에 민심이 악화되어 마침내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였다.

전 정권의 불공정과 촛불을 발판 삼아 집권한 현 정권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며 공정의 화두를 선점하고, 적폐 청산을 기치로 삼아 호기롭게 등장하였다. 하지만 집권 기간 내내 끊임없이 제기되는 불공정 논란 속에 인국공 사태를 필두로 조국 사태, 부동산 가격 급등, LH 사태로 대표되는 불공정의 터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대학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임명과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의 문화예술 사업 선정과 관련하여 특혜와 불공정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30세대의 민심 이탈을 의식하여 20대 대학생을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했으나 오히려 청년층의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는 예상치 못한 역풍에 직면하였다.

유튜브 구독자 101만명을 보유한 ‘공부의신’ 강성태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25살 대학생이 청와대 1급 공무원 합격하는 법’이라는 방송에서 “5급에 합격해 25년 정도 일하고 운 좋으면 1급이 되는 건데 무려 25살에 1급이 되셨다. 아마 일 자체가 청년들을 위해서 하시는 거니까 그런 노하우 공유 정도는 해주시지 않을까”라고 비꼬기도 하였다.

또한 6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박성민 청년비서관 해임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며 “어떤 시험도, 공정하고 공개적인 실력 검증도 없이 당에서 2년 활동한 인사를 공무원 최고 급수인 1급 자리에 임명한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하였다. 급기야 인터넷에서 ‘박탈감 닷컴’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에 두고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행정고시 출신이 30년을 근무해도 2급 승진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현 정부의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1급까지 승진하는데 28년이나 걸렸다. 사태가 이러하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 비서관 임명을 두고 “유례없는 특혜, 내 사람이 먼저다”등의 비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청년과 소통하겠다고 임명한 인사가 오히려 청년들의 민감한‘공정 감수성’을 자극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청와대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와대 참모진과 집권 여당에서 연일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어떤 해명도 명쾌하거나 당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청년 정책을 총괄하고 진두지휘하는 청년 비서관 자리에 임명된 이후 성과가 없거나 실패의 결과로 나타나면 그 부담은 임명권자와 집권 여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여야를 떠나 그다지 편치만은 않다.

대통령 아들의 문화예술 사업 지원 정부 지원금 수령에 대한 민심도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 12월에도‘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 지원’자금 수령으로 논란이 된 바 있는 문준용씨가 지난 6월 18일 자신의 SNS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에서 제가 6천900만원의 지원금에 선정됐다는 것을 알립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입니다만, 혹 그렇지 않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응답해야 할 의견이 있으면 하겠다”며 스스로 공정 논란의 빌미를 자초하였다. 정치권과의 볼썽사나운 공방은 차치하고라도 역대 대통령의 가족 가운데 정치권 인사를 제외하고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경우도 드물다. 대통령 아들로서 매번 공무와 관련된 이해 충돌로 공연한 구설의 소지를 만들 필요는 더더욱 없다.

한 유명 인터넷 블로거는 “내가 옳다 하더라도, 또한 그에 따른 정당한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피해 갈 줄도 알고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또한, 본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아들의 언행과 도덕성은 늘 관심의 대상이란 점을 인식하여 ‘자중자애’하여야 한다는 세간의 지적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향후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시간이 흐를수록 공정에 대한 화두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는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공정의 화두는 여야의 차기 대선 레이스에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의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공정을 선거의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다. 기회는 자신만 평등하고, 과정은 측근만 공정하며, 결과는 우리끼리 정의로워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낸 국민을 위해서도 정부 여당은 부정적 상징으로 굳어진 불공정과‘내로남불’의 이미지를 벗어나 임기 말의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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