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예약은 무슨, 선착순이지...
접종 예약은 무슨, 선착순이지...
  • 승인 2021.07.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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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두구두구두구두구... 12시 정각! 드디어 12일 자정이다. 10분도 더 전부터 펼쳐놓은 질병관리청의 백신접종예약시스템에 접속한다. 아뿔싸! '사이트에 연결 할 수 없음' 이라는 문구와 함께 울상을 짓는 A4용지 그림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서 응답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단다.
그렇다면...새로 고침! 아무리 고쳐도 얼어붙은 접속은 해동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30분 정도 눌러댄 '새로 고침'만 몇 번이나 됐을까. 이 깊은 야밤에 손가락이 닳도록 새로 고침을 누른다. Lte 속도가 느려 그런가 싶어 속도 빠른 집 와이파이로도 접속해 본다. 이 짓을 한 시간 가량이나 해댄다. 분명 오늘밤 자정부터 예약이 시작된다는 공지가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녔는데, 막상 접속은 꽝이다.
어? 됐다됐다! '접속대기 중입니다' 문구가 뜬다. 앗싸! 복권에 담청 된 듯하다. 근데 이게 뭐야? 접속대기 예상시간 499분30초란다. 내 앞에 2만9천970명, 내 뒤에 5천727명의 대기자가 있단다. '현재 접속자가 많아 대기 중이며 잠시만 기다리시면 서비스로 자동 접속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함께 등장한다. 8시간을 더 기다리라고? 울화가 확 치민다.
이러다 갑자기 또 접속이 될지 어찌 될지 모르니 책상 앞에서 떠나질 못한다. 맥주라도 한 캔 마시며 느긋이 접속을 시도해야겠다. 내 앞에 2만8천230명, 뒤론 4만4천141명이 줄을 서고 있다. 앞줄이 1천750명 정도 줄었다. 대기시간도 7시간 49분 40초로 줄어든다. 말이 줄어든 거지, 아직도 2만8천... 아이쿠야. 그래도 무작정 기다리기로 한다.
대구가 처음 코로나로 뒤덮였던 지난해. 마스크를 구하러 마트 앞에서 몇 백 미터나 뱅뱅 도는 줄을 서 마스크 몇 장을 기다리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스크가 없어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쏘다녀 겨우 분진작업용 마스크 몇 개를 보물처럼 손에 꼭 쥐고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내밀었던 그 날의 그 억울하고 우울했던 기억이 또 오버랩 된다.
하루 1천3백 명을 웃도는 확진자들이 속출하는 와중이다. 감염된 사람 세 명 중 한 명은 델타변이라는데, 이 아슬아슬한 시기에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 그 달아오르던 희망이 작년 마스크의 억울함과 우울함이 뒤섞인 기억과 묘하게 겹치며 또 짜증이 밀려온다. 대통령을 미워해야 하나,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욕해야 하나.
카톡카톡! 이 시각에 웬 카톡? 동년배인 친한 지인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자기는 컴퓨터, 태블릿, 모바일 다 동원해 접속해도 안된다고 푸념이다. 심지어 부산에서 직장 다니는 큰 딸까지도 대리 예약을 위해 접속 대기중 이란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땐가? 아니, 얀센 백신 예약 땐가 그때도 그랬지 아마?" 그 친구가 정부 예약 사이트 먹통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면서 "접속하려면 오늘 밤은 올빼미 돼야할 모양이쎄..."라고 자조 섞인 메시지를 보낸다. 새벽 1시 30분이 넘었다.
그래저래 접속 대기 창 앞에서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새벽 6시 36분. 요란한 전화 소리에 깜짝 잠에서 깬다. "지금은 다 바로바로 접속 되네. 1분 이내로. 빨리빨리 예약해요" 그 친구가 메시지 대신 전화로 잠을 깨우면서 하는 급한 말에 부리나케 예약을 마쳤다. 모바일로 뉴스를 검색하니 '백신 사전예약, 열자마자 사이트 먹통' 이란 기사가 뜬다. 욕이 나온다.
백신 물량은 분명 접종 대상자에 못 미칠 텐데, 이렇게라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백신을 맞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하룻밤을 괴롭게 보낸 이 나라의 국민인 내가 불쌍해 진다.
사무실에선 비슷한 연령대의 동료가 '백신 접종 예약을 하려 아무리 전화를 시도해도 계속 통화중인데?"라며 심각한 표정이다.
인터넷에선 "12시부터 밤새 접속해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보다 더 어려운 수준", "서버를 증축하든지 아니면 예약사이트를 많이 만들든지...백신 맞는데 몇 시간씩 이렇게 고생 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수백만 명 줄 세워놓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지역별로 분산 예약을 하게 하든지... 일처리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분통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중이다.
그래도 밤을 새워 빨리 예약 했으니 백신은 맞게 될 모양이다. 이게 뭔 예약인가. 선착순이지... 예약된 2차 접종은 제대로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굵고 짧게' 가겠단다. 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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