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초록빛 봄을 마신다
봄이 다녀간 들판에 솟아오르는 향기
쑥 동백 목련 개나리 꽃차를 마신다
봄은 연한 연둣빛
텃밭 방울토마토 그늘이 아득하다
폭신한 반원에 매여있는 방울토마토 그늘
텃밭에 딛고 있는 자리는 어딘가에 모아두었던
찻잔에 담긴 유년의 추억 한 토막
바람을 끌어다가 줄기마다 매달아 놓은 빈 원들이
막 차오르는 것
내 가슴이 작은 원을 그릴 때마다
커다란 힘으로 그 자리를 닦아두는 것이다
아득한 물관 열어놓고
부드러운 힘에서 딱딱한 힘으로 솟구치는 부력
나는 헌책 마지막 페이지에 웅크린 저 남루한
유년의 향기를 마시는 것이다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연둣빛 연한 꽃차를 마시는 다도의 즐거움은 생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봄이면 그 연한 연둣빛에 취하면 금방 핀 꽃차를 달여 마시는 금장옥액의 정취가 유연하다. 화자는 텃밭 하나 만들어놓고, 주말이면 달려가는 즐거운 생의 달콤한 여유 속에 지난 유년은 비록 남루하였지만, 그 향기는 진득했으리라. 찻잔마다 화자의 유년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토마토 그늘처럼 폭신한 언어들로 중추를 이루며 각각의 단어들 의미망이 확장되어 울려오는 심미적 아름다움이 짙게 빛나고 있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