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초현실’시대의 마케팅
[박명호 경영칼럼] ‘초현실’시대의 마케팅
  • 승인 2021.07.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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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최근 TV 광고에서 현란한 춤 솜씨를 자랑하며 완벽한 외모로 매력을 발산하는 광고모델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매우 궁금하게 여겼는데, 놀랍게도'로지'(Rozy)라는 이름의 가상인간으로 밝혀졌다. 지난 1일 출범한 신한라이프가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걸고 실시한 TV와 SNS 광고캠페인에 버추얼 모델로 등장한'로지'를 본 많은 이들이 그녀를 진짜 사람으로 착각했다.

이렇듯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대상의 어디까지가 실제 모습인지를 확신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MZ세대에게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다. 이들에게는'초현실'세계가 매우 자유롭고 익숙하다. '메타버스'라는 3차원의 가상세계에서 현실세계의 일들은 물론이고, 현실세계에서는 어려운 일들까지도 능숙하게 처리한다. '초월적'이란 뜻의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또 하나의 현실세계'가 되어 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게임과 공연 등을 즐기고, 친구를 사귀면서 실시간 의사소통을 하며, 신입사원 연수와 제품 시연도 한다. MZ세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현실에서와 같이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시장규모가 2030년까지 현재의 10배 이상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객과의 접점과 연결성이 중요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여, 현실 마케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미디어와 인공지능 기술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 마케팅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인 '연결성'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케터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마케팅은 물론이고, 고객과의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편의와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매개로 적극 활용해온 '솔로모'(SoLoMo) 가 그것이다. '솔로모'란 소셜(Social), 위치(Location), 모바일(Mobile)의 앞 글자를 결합한 합성어다.

성공적인 모바일 앱들은 거의가 '솔로모'의 특성을 지닌다. 대부분이 협업과 공유기능(소셜), 지역기반 기능(로컬), 이동능력(모바일)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나이키플러스 런 클럽'이나 '삼성헬스' 등은 이 모든 요소를 갖고 있는 앱이다. 고객은 자신의 달리기 데이터(로컬)를 추적하고, 이동 중 지도(모바일)를 내려 받을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에 달리기 자료와 함께 달리는 자료를 올려 친구들과 경쟁(소셜)할 수도 있다.

고객들은 '메타버스'와 '솔로모'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환경에서 더 이상 기업이나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마케팅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능동적으로 관여하며, 기업의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소비자들은 매우 영리하고 까다로워졌다. 시장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유형의 소비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마케터에게는 부의 양극화나 디지털 격차 등 고려해야할 난제들이 숱하다.

이제 기업은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마케팅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선, 전통적 마케팅과 디지털마케팅을 통합하는 02O(온·오프라인 결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스템을 매끄럽게 연결해서 고객과 기업사이의 상호작용이 쉽게 이루어지게 하고, 고객의 참여와 신뢰를 높여서 고객로열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고객과 브랜드 간 그리고 고객 상호간의 강력한 유대감을 구축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다.

'메타버스'에서는 고객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기업과 브랜드를 친구이자 동료로 인식하는'인간중심적'마케팅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개인화된 연결고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긴요하다. 마케팅 학계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도 『마켓5.0』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이 기업의 마케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인간중심 마케팅'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초현실'환경에서도 마케팅의 중점은 역시'사람'이다. 이것은 차세대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개인화된 고객경험을 창조하여 제공함으로써 '인간다움'(휴머니티)을 실천하는 일이다.

가상인간을 진짜 사람인 줄 착각하는 '초현실'세상에서도 '사람다움'이 경쟁우위의 본질이다. 마케팅은 언제나 '살아있는'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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