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
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
  • 여인호
  • 승인 2021.07.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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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앞의 분들이 많이 하셨기 때문에…. 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 학습량이 너무 많아서 줄이라고 했는데, 하나도 고친 흔적이 없습니다. 그 많은 양을 한 시간에 다 하려니 주마간산식의 수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호는 1982년 6월 7일부터 7월 16일까지 6주 동안 대구중앙국민학교에서 교육실습을 했습니다. 영호는 실습 마지막 주에 400여 명 앞에서 국어과 갑종수업을 했습니다. 앞의 내용은 대구교대 국어과 김수업(가명) 교수님의 지도조언입니다. 10분 이상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말씀 그대로 칭찬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영호의 일생에서 가장 신랄한 꾸중을 들은 날입니다.

교수님 말씀 이전에 수업을 참관한 교생, 담임 선생님의 영호에 대한 실습 태도 등의 평가, 손숙희 선생님의 수업평가에서는 모두가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칭찬을 들은 영호는 기분이 아주좋았고, 대단한 일을 했다는 자부심과 우쭐함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도 김수업 교수님의 지도조언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지금은 그때의 수업협의회에서 들은 칭찬이나 격려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김수업 교수님의 말씀만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강조한 학습량, 교육과정 재구성 등은 수업에서 금과옥조처럼 사용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교수님은 성취기준이나 목표 중심의 수업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김수업 교수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의 영호가 좋은 수업을 위해 절차탁마를 한 출발점입니다. 영호가 힘든 고비마다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예비교사 시절의 그 초심으로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의 비전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를 위해서 영호도 더욱 더 절차탁마하겠다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2021년 5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대구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 44명의 수업실습 및 실무실습이 있었습니다. 영호가 교생 선생님들께 제일 먼저 한 이야기가 김수업 교수님과의 일화입니다. 그렇다고 영호는 학교 선생님이나 교생 선생님들께 “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나 교생 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눈높이를 같이 하고 칭찬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교대부초 선생님들께는 몇 번이고 당부를 합니다. 말로만 실습지도를 하지 말고 언행일치의 실습지도를 할 것을 부탁합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나 수업에서 선생님의 지극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당부합니다. 선생님의 눈높이가 아닌 수업하는 교생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눈높이에서 수업 이야기를 할 것을 요청합니다.

교생 선생님들께도 당부를 합니다. 여덟 시간의 수업을 하면서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을 이야기 합니다. 내 수업의 기준점을 정하고 그 기준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업을 하면서 기준점을 조금씩 올리자는 도움 이야기도 합니다. 수업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고, 많이 해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좋은 수업을 길을 갈 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실습의 하루하루를 마무리 할 것을 당부합니다. 그래서 교육실습록에는 30자 이내로 판서연습 및 느낌표로 끝나는 감정일기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실습 첫 날은 “수업실습 시작, 나는 할 수 있다!”이고, 마지막 날은 “벌써 수업실습 끝, ???(이름) 수고했어요!!!”입니다. 남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믿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영호는 4주의 실습 동안 매일같이 교문에서 교생 선생님들을 맞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침드셨어요!” “오늘 수업도 파이팅!” “오늘 수업은 어제 수업보다 조금만 더 잘 하세요!” 등등의 인사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출근해서 일상이던 교실을 돌아보고 복도에 불을 켜는데, 6학년 교실에서 인기척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7시 전인데 음악 수업을 위해서 피아노 연습을 위해서 일찍 출근을 한 교생 선생님이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실습을 마친 교생 선생님들이 원하는 지역의 임용에 합격해서 초등학교 교사의 길을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무엇보다도 좋은 수업을 하는 좋은 선생님의 길을 갈 것을 응원합니다. 스스로 격려와 칭찬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도 그 칭찬이 넘쳐나기를 소망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호는 자꾸만 40여 년 전의 김수업 교수님의 말씀이 귓전을 맴돕니다. 참으로 귀하고 고마운 정문일침입니다. “칭찬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영호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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