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
요행
  • 승인 2021.07.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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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얼마 전에 아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개근상을 받으며 부상으로 로또 한 장을 받아왔다. 로또는 자동으로 번호가 선택되어 나온 5천 원 짜리 로또 복권이었다. 애당초 우리는 당첨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받은 로또를 귀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둔 채 발표날이 다가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은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꽝이었다. 이제는 그냥 종이 조각이 된 로또 복권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요행(僥倖)이란 말이 생각난다.
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떨어진 복권을 주웠다거나 교육에 갔다가 퀴즈를 맞춰서 복권을 받는다면 그것은 거부할 생각이 없다. 찾아오는 행복을 내가 무슨 수로 막겠는가. 하지만 내가 요행을 바라며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매주 일정 부분 돈을 투자하여 복권을 사고 복권에 기대어 앞으로 찾아올 행운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최소한 나는 그런 요행을 적극적으로 바라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동안 가상화폐가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들쑤시고 다녔다. 가상화폐는 말 그대로 실물이 없는 가상의 화폐다. 가상이 더 현실처럼 우리 삶에 비집고 들어와 우리를 울고 웃기고 있다. 누구는 나를 보고 시대에 뒤처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흔한 주식 하나 사지 않고, 가상화폐에도 관심이 없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나는 그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거의 문외한(門外 漢)에 가깝다. 필자가 그런 곳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요행에 기대는 삶이 싫기 때문이다.
요행(僥倖)은 '뜻밖의 행복, 또는 뜻밖으로 운수가 좋음'이라 정의된다. 나는 이런 뜻밖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는다. 물론 생각지 않게 찾아오는 그런 행복을 애써 거부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뜻밖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거나 애를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요행을 적극적으로 내가 찾아 나서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는 그런 행복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철없던 시절, 세상을 참으로 만만하게 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한 일들이 척척 진행되고, 내 경험과 노력에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내게 맡겨지면서 세상을 만만히 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일이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진행되었다. 자신감도 넘쳤고, 꿈도 컸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도 되어가나 싶었던 어느 날, 나는 값비싼 인생 수업료를 지불해야만 했다. 잘 되고 있다고 결코 그것이 잘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아픔의 시간이 지나고, 그 시간에 내가 크게 깨달은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뜻하지 않은 좋은 일, 행운이 내게 다가온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앞으로 그만큼의 대가(代價)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후 나는 요행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기보다는 요행에 기대는 삶을 살지 않게 되었다.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어릴 적 길을 가다가 동전을 주웠던 것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주운 동전을 저축하지는 않았다. 어른들이 주운 돈은 주인을 못 찾거든 빨리 써버려라 하셨기에 맛난 것을 사 먹었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는 세상 법칙을 알려주신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누군가로부터 받기도 한다. 기회를 선물 받기도 하고, 어떤 상황을 선물 받기도 한다. 참 감사한 일이다.
요행이 찾아오는 것을 억지로 막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요행을 적극적으로 내가 찾고 싶지는 않다. 어딘가에 투자하고 잘 되길 바라는 것. 그것만 쳐다보며 나의 노력과 능력이 아닌 행운을 바라는 것. 나는 왠지 싫다. 만약 내가 그러고 있다면 그런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일 것 같다. 감나무 밑을 지나다가 맛있는 홍시가 하나 떨어져 나의 배를 채워줄 수는 있다. 참 감사한 뜻밖의 행운이다. 하지만 나무 밑에 누워서 입 벌리고 홍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요행을 바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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