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햇살 아래 마른 낙엽 졸고 있다
한 점 물기 없이 다 증발한 무심한 빛
늪으로 오도카니 앉은
허연 강의 빈 껍질
흘려보낸 깊이만큼 하염없는 흐린 눈은
한 생애 굴곡 굽이 어드메쯤 멈췄을까
담장 위 까치밥보다
더 작게 웅크린 강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겨울 가뭄으로 빠짝 마른 낙동강을 의인법으로 묘사한 점이 수수하다. 수많은 세월이 높낮이 다른 등고선처럼 흩고 지나간 강, 무심한 빛, 빈 껍질, 흐린 눈 등등 이런 시어들이 강을 한층 연륜의 깊이를 말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