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일 실버영화관 역사 속으로…
대구 유일 실버영화관 역사 속으로…
  • 정은빈
  • 승인 2021.07.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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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포정동 ‘그레이스 영화관’
경영난에 6년5개월 만에 폐관
“공공기관이 운영해야” 목소리
지상 25층 주상복합 건축 예정
실버영화관
문 닫기 전의 대구 중구 ‘그레이스 실버영화관’.

지방 최초이자 대구 유일의 노인 전용 영화관이던 중구 포정동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2014년 9월 개관한 지 6년5개월 만이다.

25일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을 운영한 사회적기업 ㈜금사연 조미견(52) 대표에 따르면 그레이스 실버영화관(이하 영화관)은 지난 1월 정식으로 폐관했다. 영화관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국내 확산 후 폐관일까지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했다. 상영을 재개해도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기존의 10% 수준이었다. 코로나19가 계속된 적자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영화관에 결정적 폐관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조 대표는 “휴관 중에 문을 닫게 됐다. 상영을 계속했다면 그동안 영화관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끝을 맺을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기회마저 허락되지 않았다”라며 “원래 매출도 전체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끝나고 상황이 나아지면 계속 영화관 문을 열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라고 털어놨다.

영화관은 코로나19로 휴관하기 전까지 쉬는 날 없이 손님을 맞았다. 이곳에서는 55세 이상이라면 2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상영작은 1930~1980년대 개봉한 고전영화, 주요 방문객은 70~80대였다. 그동안 상영한 영화는 총 850여 편, 이용객은 누적 47만4천200여 명에 달한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조 대표가 일제 강점기 조흥은행이던 건물을 임차해 만든 영화관이었다. 좌석 수는 138개. 매점에서는 팝콘 대신 강냉이를 팔았다. 영화관 건물은 이미 볼 수 없게 됐다. 중구청에 따르면 영화관 건물은 철거공사가 이뤄지다 중단된 상태로, 지하 4층~지상 25층(아파트 18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건축이 계획돼 있다.

전국의 실버영화관이 공통적으로 경영난에 시달리자 공공기관에서 매입해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효과가 크지만 시설 특성상 흑자를 내기 힘든 탓에 개인 혹은 기업이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 13개 독립예술영화관은 지난 5월 공동 성명서를 내고 인천의 실버영화관 ‘미림극장’을 매입할 것을 인천시에 요구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원을 조금만 받았어도 영화관이 문을 닫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독립영화관이 아니어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도 거의 못 받았다”라면서 “이런 시설은 필요하다. 영화를 보러 오고 가는 활동들이 치매 예방과 정서 함양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가장 큰 의미는 덥거나 추울 때 안전하게 쉬어갈 장소를 제공한다는 거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1~2천 원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라면서 “노년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부족하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대구시가 많은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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