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 떠도 선진국
눈 안 떠도 선진국
  • 승인 2021.07.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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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최근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 같은 지위 변경은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1964년 이래 최초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되기도 했다. 지난번 3회에 걸쳐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왜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이며 앞으로 어떤 점을 고쳐야 할 것인지 탁월하게 분석한 주장들을 소개했다. 필자가 프랑스에 있을 때 한국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앞선 나라라는 것을 알고 감탄한 적이 있다. 바로 온돌이다. 산수가 수려하고 4계절이 뚜렷해 살기좋은 땅을 찾아온 우리 선조들은 지금 선진국이니 강대국이니 하는 어떤 나라도 생각하지 못한 온돌난방을 찾아냈다. 다른 나라들은 이제서야 한국에 온돌이 있다는 것을 알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땅의 힘이 좋고 산과 강이 조화롭게 배치된 한반도를 찾아냈고 한글을 창제했으며 금속활자,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문화유산을 만들어 냈다. 그러다가 500년 이상 왕조가 지속되면서 한눈을 판 사이 혁신성과 개방성을 상실하면서 19세기 과학문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후진국이 돼버렸다. 일본의 침략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의 자존심은 한없이 낮아졌다. 한강의 기적 이후 개발도상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는 전혀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선진국 그룹에 끼워준 지금, 우리가 가진 힘은 선진국이 될 만큼 충분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용기가 부족한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을 좀 더 바꿔야 할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국제적인 안목이다. 지금 우리는 미국 중심으로 살고 있다. 바로 옆 중국, 일본의 정세에도 밝지 못한데 더 먼 나라의 지구촌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어떤 사고로 살아가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구촌 소식은 주요뉴스에 나오지 않고 주말이나 휴일에 구색맞추기로 슬쩍 포함된다. 필자가 살았던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뉴스와 국내뉴스가 거의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뉴스는 국내 정치인의 말 한마디나 국회의 여야 다툼소식이 상당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한국에 공부하러 온 한 외국인 학생들은 자기또래 한국 대학생이 국제정세에도 무지하고 국제감각이 없는 점에 놀란다. 그래도 유튜브를 통해 과거보다는 다양한 지식을 접하고 있지만 지구촌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우리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 선진국이 되기위해 우리가 고쳐야 할 또 하나. 모든 것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거나 떼를 쓰면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떼법’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어제까지 법에 의해 불가능하던 일이 다수가 몰려가서 압박하면 어느 순간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 돼버린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되면 정부의 권위는 무너진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여론몰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떠밀려 떼법을 만들고 있다. 이는 결국 원칙이 없어지고 법을 지키고 규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갈수록 심해질 뿐 떼법이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땜질식 임기응변이 나중에 또 다른 사회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교육분야의 선진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온국민 전부가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외비용을 엄청나게 투입하면서도 실질문맹률이 낮다거나 좌우 균형잡힌 비판의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다. 주는대로 받아적는 교육방식에 익숙해 자신의 생각 대신 눈치만 발달한 결과다. 선진국 뺨치는 윤택한 경제력을 가진 가정에서 남들이 보면 행복한 듯 살고 있지만 자신이 진정 행복한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도 모르는 사례가 많다. 코로나 시대 한국의 수출이 급속도로 늘고 문화, 산업, 체육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잠재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되기에 조금 아쉬운 고쳐야 할 점을 고친다면 지금보다 더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 고구려의 유적을 살펴보면 큰 마차가 발굴된다고 한다. 이렇게 큰 마차가 있었던 것은 그만큼 넓은 길이 깔려 있었다는 말이다. 고조선시대 중국이 한사군을 설치했지만 고조선을 중국화하지 못하고 결국 쫓겨났다. 이후 중국의 거듭된 침략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중국에 복속되지 않았다. 일본의 고위층 역시 우리 민족의 뛰어난 민족성을 알아보고 일제시대 잔혹한 탄압으로 말살시키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우리는 선진국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었지만 우리만 모르고 있었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맞아 이제 실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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