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백신은 사람입니다
마음의 백신은 사람입니다
  • 승인 2021.07.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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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리 가정복지회 사무총장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무참하게 삼켜버린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금도 여러 변이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언제 코로나가 종식될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일상이 다시 회복되리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들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을 겪으며 잠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들을 한번 되짚어 본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 곳곳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질병들이 존재하고 있다. 부정과 부패, 불신과 혐오, 노동문제, 인종과 종교갈등, 젠더와 세대갈등, 계층갈등 등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헤치는 요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만이 아닌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종교의 갈등으로 인한 폭력사태, 불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거머쥔 정부와 동조하는 세력, 인종혐오범죄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신문지상에 나오는 읽기조차 힘든 끔찍한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보다 더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사회에 퍼져있는 질병들을 예방하고 면역을 얻기 위한 백신은 무엇이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를 치유할 백신이 존재는 하는 걸까?

30년 이상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가운데 유독 기억나는 한 가정이 있다. 남부럽지 않고 행복했던 가정이었지만. 자녀가 끔찍한 폭행피해사건을 겪으면서 풍비박산이 난 가족이다. 가정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가해진 사건. 가족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충격은 화목했던 가정을 무너뜨리고 다시 일어설 힘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듯했다. 가정은 다시 살고자 이리저리 발버둥 쳤지만, 쉽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 시간을 돌이켜보니, 살고자 했던 그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운 존재는 돈도 사회적 지위도 아닌, 힘들어하는 가족의 아픔과 마음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그 가족을 안아준 한 사람이었다.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과정과 힘들지만 다시 일어서는 과정 가운데 함께 부대끼며 배운 것은 사람을 죽이고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 사람을 살리고 가정을 다시 세우는 것 또한 사람임을. 그 한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이다.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아픔과 상처를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온 정해신 교수는 그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충고하거나 조언하거나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마라. 마음치유의 핵심은 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는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정해신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이 가진 어려움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연약한 부분들, 실수한 상황들을 보며 그 어려움을 해석하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위로가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수단일 것이다. 가족의 마음을 이해했던 한 사람의 진심. 그리고 그 고통을 공감하는 누군가의 마음. 그것이 사람을 치유하는 핵심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길을 걸을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주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을 치유하는 백신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설사 누군가에게 고통을 줬던 사람일 지라도, 의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이 바이러스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다.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시가 떠오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우리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뜨거운 사람이 되자. 누군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자. 사람을 살리고 가정을 세우는 그런 사람이 되자.

코로나19의 시간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숨겨져 있던 갈등이 폭발하는 일상에서 그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건 사람이다. 우리 사회의 백신은 바로 사람. 당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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