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는 마음도 담긴다
가격에는 마음도 담긴다
  • 승인 2021.07.28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어떤 물건에 책정된 가격은 그냥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물건마다 부여된 가격에는 여러 가지의 것이 함께 담긴다. 그 여럿 중 하나가 바로 마음이다. 가격 속에는 주인이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담기는 것이다.
2년 전 중국 윈난성 차마고도 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이 아닌 여행 동호회 회원들과 떠난 자유여행이라 현지인들 삶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삶을 경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한번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함께 여행을 간 일행은 호텔 주변의 시장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중국 현지인들이 먹는 빵이며, 면 종류도 시키고 죽도 시켰다. 그리고 만두도 시켰다. 모두 먹고 나오면서 계산을 하니 9명이 모두 먹었는데 한국 돈으로 7,000원가량이 나온 것이다. 계산해보니 1인당 700원 조금 넘는 돈으로 식사를 해결한 것이다. 기분이 참 좋았다. 물론 그곳의 현지인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이고 아니면 비싼 가격일 수 있지만, 우리 일행이 느낀 것은 가격이 주는 편안함이었다.
필자는 전주에 있는 대학을 다닌 적이 있다. '다녔다'가 아니고 '다닌 적이 있다'라고 하는 이유는 온전히 졸업할 때까지 다닌 것이 아니라 2년을 다니고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했기 때문이다. 2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추억이 많은 곳이 바로 전주다. 아내와 결혼 전에도 본인이 전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아내와의 추억도 많은 곳이다. 연애하던 시절 함께 한 추억이 있는 곳이라 우리 둘은 여행을 가게 되면 자주 전주로 가는 편이다. 추억의 장소를 다시 찾는 이유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함도 있다. 피순대로 유명한 남부시장에 있는 순대국밥 집도 그중 한 곳이다. 남부시장은 특히 대학 시절에 자취하던 곳과 가까워서 전주에 가면 한 번씩 들러보는 곳이다. 그곳에서 맛있는 순대국밥을 먹기 위하여 가는 것도 이유지만, 사실은 시장 안에 있는 작은 카페를 가기 위해서다. 내가 그 카페를 찾는 이유는 1리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이 1,000원 하기 때문이다. 맛도 좋고 카페 사장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알 수 없는 일하는 젊은 청년도 친절해서 그곳에 대한 이미지가 참 좋다. 한마디로 1,000원 하는 커피 마시려고 그 먼 곳을 찾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라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따금 위와 같이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사람들을 데리고 자주 찾는 곳이 팔공산 파계사 밑 식당가에 있는 D 식당이다. 그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백숙이나 닭도리탕 등의 큰 요리 메뉴를 제외한 모든 메뉴가 3,000원 이기 때문이다. 칼국수, 촌두부, 파전, 비빔밥, 도토리묵 등 모든 메뉴가 3,000원이다. 우리 가족 네 명이 가서 실컷 배불리 먹고 나와도 20,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그 식당은 총각 시절 때부터 몇십 년째 찾아가는 단골집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또 다른 식당은 영천에 있는 할매 닭발집이다. 보통 치킨집에서 닭발을 시키면 가격이 싼 편이 아니다. 거의 치킨 한 마리 값이다. 그런데 이곳은 2명이 넉넉히 먹는 닭발의 가격이 5,000원이다. 비가 오는 날, 혹은 밥은 먹기 싫은데 배는 출출할 때 그곳에 닭발이 생각난다. 이곳도 참 본인이 좋아하는 장소다.
구미에 있는 한 식당에 한식 뷔페의 가격은 여전히 3,000원이다. 가격이 싸다고 결코 음식의 질이 낮지 않다. 나물의 종류도 많고, 채소도 많다. 그리고 생선이며, 고기도 있다. 거의 7~8,000원 정도의 비주얼이다. 그런데 3,000원을 받는다. 그 식당 역시 가격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가격을 충분히 올릴 법도 한데 주인은 여전히 배고픈 사람이 맘껏 와서 먹을 수 있도록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단골집처럼 자주 찾다가 요즘은 안가는 몇 집이 있다. 이유는 그 식당이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가격이 합리적이었는데 장사가 잘되면서 양도 줄고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가가 올라서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린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위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고, 기분 문제고 정서의 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