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벽화와 명예훼손죄
저질벽화와 명예훼손죄
  • 승인 2021.07.29 2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서울 한 건물주가 대선후보자 부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를 설치하여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위 기사에 대한 시민들이 반응은 '표현의 자유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쥴리가 본인이 아니므로 아무런 관계없는 벽화여서 명예훼손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아무리 민주국가라도 소문만으로 한 개인의 인격을 짓밟는 것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다. 벽화설치가 불법인지를 떠나 핫 뉴스가 된 것으로 인하여 건물주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명예훼손죄는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공공연히 지적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 만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인격을 경멸하는 추상적인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행위라면 모욕죄에 해당한다.
우선 현재 대선 예비 경쟁 과정에서 대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최소한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하여 대선 후보자가 답하도록 하는 것을 정당한 선거운동 차원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일부 명예훼손적인 상황을 감수하여야 할 것인가이다.
공직자, 공직 후보자, 연예인은 그 직무 자체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거나 본인 스스로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전제로 활동하는 것이므로 일반인에 비하여 사생활 보호 정도가 매우 낮아 보다 낮은 단계에서 명예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공적인물론이다. 공직 후보자의 경우 지극히 제한적으로 낮은 차원에서 명예가 보호된다.
그런데 위 벽화는 후보자 가족에 대한 사항이다. 후보자가 우연한 기회에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 본인의 사생활이 공직 후보자와 동일한 정도로 고도로 노출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공직 후보자의 가족이 공적인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적인물의 선정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공적인물이 되기 위하여는 ① 해당 개인이 당초부터 매스컴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② 이를 통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며, ③ 사회의 제 문제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고, ④ 특히 구체적인 공공의 논쟁 해결에 큰 영향을 주려고 스스로 기도하거나 현실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어야 한다.
위 기준으로 볼 때 피해자는 당초부터 매스컴에 효과적으로 접근하려는 자가 아니었고, 매스컴을 통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적도 없으며(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매스컴을 이용한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사회 문제에 자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고, 오로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언론에 노출된 것이 전부이다. 매스컴에 자주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개인이 '공적인물'로 그 지위가 변경될 수는 없다. 공직 후보자의 가족은 어떤 사정으로도 항상 공직 후보자의 가족일 뿐이고 공적인물 자체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위 벽화는 대통령 후보자 본인에 대한 것이 아니고, 그 가족에 대한 것이므로 공적인물론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적인물이라도 그에 대한 명예훼손이 정당한 검증의 범위를 넘어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은 명예훼손죄로 당연히 처벌된다.
일부 누리꾼들은 '본인이 쥴리가 아니다'라고 밝혔으므로 '쥴리'에 대한 벽화는 본인과 무관하므로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표현 자체가 특정인을 연상시키고 그 연상을 이용하여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그 자체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내용이 허위라면 매우 크게 처벌 받아야 하고, 그 내용이 진실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므로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
한편 위 벽화의 사진 또는 벽화 내용을 퍼나르기 한다면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여 질 수 있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