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의 시각화…바이올린 선율이 보인다…이세하 ‘Harmony-순환’展
청각의 시각화…바이올린 선율이 보인다…이세하 ‘Harmony-순환’展
  • 황인옥
  • 승인 2021.07.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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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소재 혼재된 작품부터
다양한 오브제 융합작 선봬
파스텔톤으로 화면 긴장 이완
현실·비현실 경계 허물기도
무질서 속 조화로 서사 구축
이세하작-Harmony2020내일나무
이세하 작 ‘Harmony-내일 나무’.

작가 이세하의 예술은 음악과 문학과 미술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총체적으로 맞물려 움직인다. 음악이 도드라지거나, 문학이 앞서가거나, 미술이 툭 튀어나오는 일은 그녀에게 불가능하다. 물과 불과 공기와 흙 등의 4원소로 세상을 구성하듯이, 이세하다움의 근원을 따라가면 문학과 미술과 음악이 동일한 비율로 존재감을 발한다. 문학이 빚어낸 상상의 세계와 음악적 선율이 흐르는 바이올린과 초 현실에 가까운 파스텔 색채가 한 화면에서 조화를 이루며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든다.

이세하 초대 ‘Harmony-순환’전이 대구 프랑스문화원 앙리앙스 프랑세즈(대구 중구 약령길 28)에서 열리고 있다. 바이올린과 일상의 풍경이 혼재된 평면 작품에서부터 다양한 오브제들의 만남으로 새롭게 탄생한 바이올린 설치작품 등 30여점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평면이나 설치작품이나 구심점은 바이올린이다. 바이올린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주전자, 자전거, 꽃, 새, 달, 나무, 산 등 일상의 소재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서사의 층은 보다 견고하게 쌓여진다. 그리고는 마침내 바이올린의 청명한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것은 시각적 착시에 의한 결과다. 작가의 그림은 미술이면서 음악이며, 문학이면서 미술이다. 말하자면 청각과 감성의 시각화이자 시각과 문학의 청각화이다.

“음악과 자연, 음악과 문학, 음악과 나의 일상이 내 삶을 조화롭게 하고 있다. 그 속에 바이올린의 선율이 있다. 바이올린은 내게 따뜻한 위로이자 행복한 삶의 조건이다.”

음악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아버지가 전축을 사오면서 고전음악의 선율에 마음을 빼앗겼다. 청소년기는 모차르트와 멘델스존, 슈베르트에 푹 빠져 살았다. 그때는 음악이 세상을 비추는 빛이었고,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소녀의 감수성은 음악으로 물들어갔다.

음악과 함께 빛이 났던 청소년기와 달리 20대 중반의 청년기는 암울했다. 민주화 운동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스스로를 가두며 찾아든 소외감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그때 생채기 난 마음에 위로를 건넨 것이 헤르만 헤세였다. 성장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내면에 공존하는 양면성을 다룬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읽으면서, 알을 깨고 나오려 했던 소설 속 주인공인 ‘싱클레어’에 매료되었다.

현실이 두렵고 용기가 부족했던 그녀에게 ‘싱클레어’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가 되었다. '싱클레어'에 고무되어 작가 역시 "시야를 넓혀야 겠다"며 외국 생활을 결행할 수 있었고, 그 무렵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수차례 정독하며 자신감도 키우게 됐다.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화면은 비현실에 가깝다. 우체통이나 튤립, 의자 등 일상의 소재와 바이올린을 무질서하게 툭툭 던져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몽실몽실 피어 올린다. 무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재탄생 된 것. 비결은 ‘하모니’, 즉 조화에 있다. “나는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모색한다.”

색채는 파스텔 일색이다. 색의 종류는 많은 것보다 단출한 쪽을 선호하지만, 파스텔 색체는 절정으로 치닫는 바이올린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완충제가 된다. 그러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삶의 궤적을 통해 얻은 영감은 색상과 구성으로 표현된다. 색채는 시각적인 조화와 심리적 조화를 이끄는 역할이 주어져있다.”

이번 전시에는 해체와 재구성으로 제작된 바이올린 설치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상의 오브제와 자연물 그리고 그림의 재구성으로 완성된다. 재구성 단계에서의 핵심도 역시 ‘조화’다. “설치작품을 접하면 여러 개의 조각인지 하나의 작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끊임없는 하모니를 보여주기 위한 착안된 방법론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하모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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