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대구 명물 지켜만 봐야 하나
사라진 대구 명물 지켜만 봐야 하나
  • 한지연
  • 승인 2021.07.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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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명가·대백 본점 영업 종료
건재했던 향토 기업 존폐 위기
청년 유출·창업 부진 과제 산적
지방분권운동 대경본부 사무국장
“중앙정부서 다양한 권한 받아
거시적인 경제 계획 수립해야”
“하나둘씩 스러져 가는 대구 명물을 지켜만 봐야 하나요?”, “지역 대표 격 기업들조차 힘들어하는데, 청년 창업가는 의욕을 갖기 힘들지 않겠어요?”

대구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향토 브랜드 본·지점들이 최근 잇따라 문을 닫았다. 지역민의 커피사랑을 증명했던 커피명가의 본점(동성로점)이 안녕을 고했고, 지역 만남의 장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각각 31년과 52년이라는 역사적 시간을 담아낸 공간이었다.

먼저 지역민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 커피명가 본점이 지난 20일 간판을 내렸다. 커피명가 본점은 대구지역민의 커피사랑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지역 예술인의 문화 장이자 청춘들의 따뜻한 배경이 돼주었다.

국내 바리스타 1세대 안명규 명장의 커피명가는 1990년 대구 북구 경북대 후문에서 처음 시작됐다가 1992년 중구 동성로의 본점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전국에 수십 체인을 둔 국내 커피전문점의 역사가 됐고 딸기케이크 원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당시 유일한 집합 상권이었던 동성로. 대부분의 약속 장소는 제일서적 정문이나 대백 남문이었으며 그곳에서 만난 연인들의 다음 이동 장소는 이 곳 커피명가 본점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이곳을 스쳐간 커피명가 가족들, 방문해 주셨던 분들, 그 모두와의 인연에 감사하다.”

커피명가 본점 폐점 소식에 시민들은 ‘추억의 공간이 이렇게 사라진다니’, ‘오래된 가게들이 폐점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파요’ 등 뚝뚝 떨어지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달 1일부로 영업을 마친 대구백화점 본점은 1944년 중구 교동시장 인근서 대구상회로 출발, 1969년 12월 26일 지금의 동성로에 처음 선보인 10층짜리 건물이다.

2002년 본점·프라자점 합계 최고 연간 매출인 2천9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거대 유통기업의 지역 진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여파로 지난해 175억 원 영업 손실을 봤다. 대구 향토 브랜드들의 위기는 이뿐 만이 아니다. 반세기 이상을 넘어보며 건재했던 지역 기업들은 지금, 존폐를 우려해야 할 만큼 힘겨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

또 다른 일례로 1967년 창립해 지역 금융계를 상징하는 대구은행의 경우 2020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2천383억 원을 기록, 전년도 2천823억 원 대비 15%를 상회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대구은행은 지점 수를 줄이는 한편, 1인 지점장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 때 지역 경제를 밝히던 향토 기업들이 매출 하락으로 고군분투를 이어가던 중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닥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이동을 고민하는 대구 청년이 늘어나고, 지역 창업에 뛰어들기 위한 부담감 또한 가중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는 내생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해결과제로 지자체의 재정적 자립과 중앙정부로부터의 권한 이양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원진 사무국장은 “지방분권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대구는 아직도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내생적 발전의 기본여건 부재로 향토 기업들의 매출이 약화되고, 소비자층의 수도권 유출도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향토기업들의 저력이 있어야 청년 창업가도 많이 생겨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며 “대구에서 발생하는 세금 등 상당부분을 지역으로 유입하고, 중앙정부의 많은 권한을 시로 이양해 예산 집행 등에 있어 지역경제의 거시적 방향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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