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억새
  • 승인 2021.08.01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夜星 제왕국

억새 마른 수염이 서로 몸 비비고 있는

그 속으로 어둠을 닦는 빗줄기

그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각의 땅

그 다문 입술이 살포시 벌어지는 입구

억새는 언덕을 한 무리로 올라

바람을 억수로 불러 모으려고

어둔 산자락 멀리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는 시골 동네 불빛처럼

12월 대설 뒤쯤

눈발 속에는 빗방울과 뇌성이 머물러 있다

입구를 찾을 수 없는 언 땅

사람들을 쫓아낸 들녘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농로 위로 어제의 시간이 단풍들어

상해 버린 낙엽들

억새 모진 뿌리 밑을 덮고 있다

◇제왕국= 한국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낙동강문학) 자문위원, 경남문협회원, 통영문협이사, 수필추천작가회 회원, 통영화우회회원, 한국민화협회 통영지회회원 등. 대구신문 명시상 수상(2014년) 등. 시집 :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 아내의 꽃밭.

<해설> 겨울 능선에 비가 오고 가을 입은 바람이 억새를 흔들고 있다. 그 언 땅을 부드럽게 녹이듯 어둠을 닦는 빗방울, 그때부터 억새는 속으로 울던 울음 그치고 비로소 얼었던 속내를 풀어내고 있다. 언덕에 한 무리로 몸 비비면 사는 억새 그 속으로 찬란한 빛이 쏟아지면서 생의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추수 끝난 들녘의 사실적인 감성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코믹한 언어들이 이 詩에 정갈하게 녹아 서정성의 미학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성군경(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