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직접 제작 ‘길고양이 태양열 급식소’
주민 직접 제작 ‘길고양이 태양열 급식소’
  • 정은빈
  • 승인 2021.08.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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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관 앞 태양열·일반 6개
개체수 조절·환경개선 등 효과
공영 급식소 설치 등 확대 요구
길고양이 태양열 급식소
대구고양이보호연대가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일원에 설치해 운영 중인 길고양이 태양열 급식소. 정은빈기자
대구 수성구 어린이회관 일원에서 주민들이 직접 제작·설치한 ‘길고양이 태양열 급식소’가 운영돼 이목을 끈다. 공영 급식소 설치 등으로 운영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2일 대구고양이보호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황금동 어린이회관 일대에 길고양이 급식소 6개가 설치됐다. 1개는 태양열 급식소, 나머지 5개는 일반 급식소다. 태양열 급식소는 시설 지붕에 소형 발전용 패널을 달아 만든 시설이다.

외관은 주택 형태로, 패널 아래 연결부를 설치해 전기선(케이블)을 꽂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급식소에 전력이 추가되면 위생 등 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 단체 회원들이 합심한 끝에 탄생한 시설이다.

단체가 제대로 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고안한 이유는 급식소를 쓰레기로 오인한 이들에 의한 훼손·도난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누군가 고의로 급식소를 파손하거나 절도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 시설이 ‘재물’로 인정받아야 단체가 재물손괴죄 등을 근거로 법적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단체는 급식소 설치에 앞선 지난 2월 이 일대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35여 마리를 대상으로 ‘군집 TNR(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TNR을 거쳐 4개월간 급식소를 운영한 결과 고양이들이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먹이를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급여하는 사람이 줄고, 급식소를 해치는 일이 사라져 환경도 개선됐다.

단체는 어린이회관이라는 장소의 특성에 따른 교육적 효과도 높다고 보고 있다. 시설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길 위의 동물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자연스레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진 대구고양이보호연대 리더는 “고양이들이 본능적으로 먹이처의 중요성을 느끼고 영역 관리를 하는 덕인지 외부 고양이의 유입의 거의 없어서 회원들도 놀라고 있다”라면서 “관리자가 있는 고양이들이 지내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려견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산책하는 사람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수성구청 차원에서 운영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달서구청은 지난 2019년 대구의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3개 설치했다. 대구시도 같은 해 8개 구·군의 10곳에 시범 도입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수성구청은 당시 파동에 1곳 설치했지만 시설 관리자가 개인 사유로 운영을 중단하면서 철거하게 됐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많은 사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소를 선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급식소 운영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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