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정치경험보다 자유민주주의 신념이 우선
차기 대통령, 정치경험보다 자유민주주의 신념이 우선
  • 승인 2021.08.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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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근자에 차기 대통령의 조건을 두고 친여 성향 언론이나 패널을 중심으로 ‘정치경험’을 강조하는 부분이 부쩍 눈에 띈다. 야권 대선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을 뭉개려는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치든 국정이든 인생살이든 좋은 경험은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나쁜 경험은 사회를 나쁘게 물들일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경험이 많은 노회한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에 신물이 났던 터다. 그래서인지 정치경험보다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있는 국민이 많아졌다. 국민의힘 당대표가 30대 영선(零選)이 선출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경험이 전무(全無)했어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알량한 경제이론으로는 상상조차 못 할 경제혁명을 일군 것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절대빈곤을 물리쳐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김대중, 김영삼 등 야당인사들이 길바닥에 누워서 반대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를 성사시켰고, 그 열악한 자본환경 속에서 거대자본이 필요한 포항제철(포스코)을 건설한 신화를 창조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경험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신념이 아닌가 싶다. 국민이 ‘정치인’을 혐오하는 나라에서는 정치경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정당공천 금품수수설, 집권여당의 ‘날치기’ 통과 등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추태를 부리는 정치행태. 지난해 300석 중 180석이 넘는 여권은 ‘형사소송법’, ‘공수처법’, ‘5·18특별법’, ‘기업 죄기 3법’과 같은 문제성 있는 법을 야당 협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했다. 17개 국회상임위원장직도 여당 혼자 독식했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모두가 진영을 대변할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처럼 낡은 정치경험은 오히려 푸른 강물을 오염시키는 폐수와 같다. 지식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진영의 깃발 아래에서 로봇처럼 거수기가 되는 것을 두고 ‘정치경험’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다. 참말로 “정치, 뭐 배울 게 있다고…”

국정경험도 그렇다. 좋은 쪽으로 활용하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처럼 독단으로 흐를 경우 많은 문제점을 노정한다. 탈원전정책은 원자로건설의 수출길을 막는가 하면 여름철 ‘블랙아웃’이라는 전력난에 직면해 있다. 소득주도성장정책 역시 청년실업을 양산하고, 경제성장이 뒷걸음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야권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26번도 넘는 주택정책도 아파트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검찰개혁은 ‘검찰개악’이라는 신조어를 생산할 정도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검찰권을 헌 걸레조각처럼 찢어놓았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 내리 3명의 법무부장관은 공정과 정의를 무색케 했다. 한마디로 내 편이면 무턱대고 껴안고, 네 편이면 내치는 게 무슨 국정경험일까?

외교경험은 더하다. 지난번 문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 시 청와대가 소셜미디어에 엉뚱하게 독일 국기를 올려놓았는가 하면,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인사말을 인도네시아어로 해서 큰 결례를 범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주재한 ‘P4G 서울 정상 회의’ 개막식 때 서울 아닌 평양 모습이 들어간 영상이 나와 당황케 했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G7 정상 회의 참석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만들면서 맨 왼쪽에 있던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하고, 문 대통령이 사진 가운데 오도록 조작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일들은 실무자 실수로 인한 해프닝이라 하더라도 도쿄올림픽에 문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우리의 외교역량을 돌이켜 보게 한다. 문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직전인 2018년 1월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는 위안부 합의 파기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였음에도 평창을 찾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선언’을 한 것은 ‘실사구시(實事求是)’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나 국정경험이 많다고 해서 대통령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언행일치의 정치철학과 ‘자유민주주의 신념’이 더 중요하다. 왼쪽으로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의 평형수가 되고, 더 큰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낡고 어두운 정치장막을 걷어내고, 밝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 그러기에 젊은 이준석 국힘 당대표가 탄생했고, 윤석열, 최재형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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