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젠더
올림픽과 젠더
  • 승인 2021.08.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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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 소장
올림픽이 한창이다.

코로나가 심해지는 시기에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겹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는 즐거움과 메달을 딴 선수를 향한 축하의 박수가 커지는 가운데 올림픽의 역사는 쓰여지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선수들의 선전 소식에 박수를 보내며 10대들의 활약소식에 놀라던 중 “짧은 머리가 어때서?”라는 멘트가 들렸다. 평생 숏컷으로 지내온 필자는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양궁의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카락 때문에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혀 공격받았다는 보도들이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변인이 안산 선수가 남성혐오 단어로 지목된 용어를 쓴 게 문제였다는 식으로 주장해, 남성혐오 단어 논란으로 상황이 더 달아올랐다. 논란은 짧은 머리가 페미니스트라는 문제였다.

몇몇 개인이 던진 여성 혐오적 발언을 국내외 언론이 보도했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안산=페미니스트=남혐’이라는 억지 주장이 나돌고 외신에도 보도된다는 사실이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라는게 낯뜨겁다.

올림픽 참가 선수가 짧은 머리카락 때문에 비난당한다는 건 정말 황당하지 않은가. 이러한 비논리적인 비난은 개인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폭력이다. 누구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집단적 광기다.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타인을 부당하게 공격해 차별하는 것이다.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면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

일부 연예인들은 말도 안되는 이러한 상황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는데 배우 구혜선은 “숏컷은 자유”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페미니스트’는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습적 자아를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옛 사회가 강제한 지위와 역할의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고 그로 인해 기회와 자격을 얻기 위하여 움직인다”며 “페미니스트‘의 의미가 왜곡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배우 정만식은 “양궁 안산 선수 짧은 머리 뭐! 반페미? 악플? 유도 남녀선수들도 다 짧던데. 왜 아무 말 없어? 유도 선수에게 맞을까봐 못하지?“라며 강자에게는 숨고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의 특성을 꼬집고 있다.

지난번 지에스25 광고에 대한 ‘남혐 손가락’ 논란이 있었을 때 기업은 사과했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시작으로 카카오, 네이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동서식품 등이 문제로 지적받은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본적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먼저 고개 숙이고 해당 문건을 없애는 게 소비자에 대한 자세일 것이다.

‘안산은 페미니스트다’라고 문제화한 기저에는 ‘페미니스트는 부정적 존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너희 기업도 페미지?”라는 비난에 모두 놀라며 사과하는 모습은 결국 페미니즘의 본질에 대한 숙고보다는 타인을 심판하는 잣대로 페미니즘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학습과정이 아니었을까.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안 선수에 대한 몰지각한 공격은 물론이고 이 문제를 정치권으로 끌고 와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도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 이념갈등, 지역갈등이었다면 이제는 젠더갈등을 부추겨 반대표를 얻고자 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너무 가볍다. 역효과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멈추지 않으니 그게 문제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중 여성 선수가 49%에 이른다고 한다.

관람석에 앉아 월계관을 쓰는 남성에게 박수치며 구경만 하던 여성이 선수로 출전하기 시작하여 급기야 50%에 가까운 여성선수가 참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여성 선수의 짧은 머리카락 논란은 너무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사실 젠더 갈등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성별 간의 문제만 아니라 세대 갈등과도 결합하면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남녀가 공생하는 인류의 미래가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해보는, 환호하며 같이 박수치는 올림픽 관람으로 팔월의 무더위를 이기면 어떨까.

스포츠에 차별은 없다!는 올림픽 정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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