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를 위한 마음챙김
나 스스로를 위한 마음챙김
  • 승인 2021.08.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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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감염병 사태 가운데에서도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전 국민이 함께 응원하고, 감동하며, 기뻐하는 순간들은 세계가 하나 되는 스포츠의 의미를 알게 해 준다. 올림픽의 수많은 장면 속에서 특히 미국의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의 기권에 대한 세계 언론의 진지한 담론이 있었다.

시몬 바일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수식어가 붙는 전설적인 체조선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세계가 가진 기대는 말할 것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도마 연기 후 돌연한 기권을 결정했던 것이다. '의학적인 이유'의 기권이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부상을 걱정하였지만, 실상 원인은 정신 건강의 문제였다. 어깨에 온 세상의 짐을 진 것과 같은 중압감, 부담감이 바일스를 경기장 밖으로 내몰았다.

바일스를 이해한 사람들은 많은 응원을 쏟아냈다. 그녀가 타인의 기대를 위하여 자신을 계속 희생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위하여 포기한 것에 지지하였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는 이를 '재정의의 가설'로 설명한다. 지나친 기대를 받았을 때, 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상을 뜻한다. 과도한 응원을 받은 선수가 오히려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정신적 건강의 훼손은 명백한 부상의 한 형태다.

사실 지나친 부담으로 인한 정신 건강의 훼손은 우리 교육의 일면에도 팽배하다. 특히 대입에 대한 학생들의 정신 건강은 세계에서도 이례적일 것이다. 현재의 대입에 대한 문제는 수십여 년 간 제기되어 왔고, 학습자의 행복을 지향하는 학습에 대한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수험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학생들의 몸에 배인 '학습에 대한 중압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취업 등의 상황에서 이어지기도 한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를 위하여, 혹은 대학 이후의 삶을 이루기 위하여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은 현재를 즐기는 것,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할 지도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고 있으며, 당장의 시험이 아닌 앞으로의 삶의 질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대구시교육청의 정책의 하나로 '생활 속 마음돌봄' 사업이 있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고, 정신 건강을 지속하기 위하여 아침마다 10분씩 마음챙김 명상을 조언하기도 한다. 사실 명상이 특정 종교를 이야기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으나, 교육법상으로 분명히 국·공립학교는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은 할 수 없다.

교육에서의 명상은 그 사전적 의미 그대로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매일 10분씩 깊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은 학생들에게 내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들을 위한 명상교육 프로그램을 영상 등의 형태로 제공한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학생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이 외에도 대구시교육청은 정신과 의사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전문가 인력풀을 구축하고, 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한 학교방문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개별 학생의 진단, 심리 치료, 컨설팅, 상담, 자문, 학부모 상담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신적 건강에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바일스는 지난 3일 마지막 체조 경기인 평균대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적 부상을 이겨낸 그녀는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서 연기를 펼쳤고, 최종 성적 3위로 동메달을 수여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적 건강을 위한 대화들에 대한 가치"가 자신에게 어떤 메달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왔음을 소감으로 밝혔다. 이미 젊은 운동선수들은 메달이라는 결과가 아닌, 진심으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꿈으로 가는 과정 자체를 즐겨야 함을 한 번 더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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