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살아가기(2) - 사람과 하나 다르지 않다
뱁새 살아가기(2) - 사람과 하나 다르지 않다
  • 승인 2021.08.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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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뱁새의 육추(育雛)와 이소(離巢) 과정을 지켜보면서 치열한 생명의 순환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됩니다. 어미 뱁새는 최선을 다해 새끼를 길렀으나 성공률은 약 7할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둥지 속에서 먹이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새끼가 있는가 하면 밟혀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고, 또한 이소 과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약 운이 나빠서 뻐꾸기가 탁란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실패하게 됩니다. 자신의 새끼는 하나도 길러내지 못하면서 엉뚱한 새끼를 길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몸짓보다 더 큰 뻐꾸기 새끼를 길러내기 위해 어미 뱁새는 죽을힘을 다해 먹이를 물어 와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새끼가 남의 새끼인 줄 모르고, 힘들어도 기쁘게 먹이를 물고 와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호주(濠州)에서는 해안가 모래밭 위를 날아가던 갈매기들이 타조의 알을 내려다보고 무작정 내려앉아 품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기왕이면 커다란 알을 품어 자신보다 큰 후손을 보려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뱁새도 자신의 알보다 더 큰 알이 둥지에 들어오면 오히려 기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뱁새가 흔들거리는 갈대줄기에 둥지를 짓고, 겨울에는 가시투성이인 탱자나무 가지에 자주 앉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자신의 수단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뻐꾸기가 탁란처를 탐색하기 위해 둥지 위로 날아오면 뱁새들은 이웃과 힘을 합쳐 크게 짖어댄다고 합니다. 그러나 잠시 소란이 끝나면 먹이활동을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순간, 뻐꾸기는 멀찌감치 숨어 있다가 어미 뱁새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날아와 알을 낳아놓고는 가 버립니다. 그리고는 다시 찾아오지도, 먹이를 물어다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뻐꾸기는 과연 마음이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러 이처럼 탁란을 하는 뻐꾸기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즉 여름철새인 뻐꾸기는 힘들게 날아왔는데, 이미 다른 새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우선 집을 지을 자리를 제대로 찾을 수 없고, 또 찾았다 하더라도 낯선 곳에서 집 지을 재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탁란을 한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숙명(宿命)’이니 ‘원죄(原罪)’니 하는 말이 떠오를 접도입니다. 그래도 뱁새는 억울하다 아니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합니다. 주어진 조건을 기꺼이 감수합니다.

성공적으로 이소한 뱁새들은 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남아 기어이 알을 낳고, 또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뱁새에 대한 몇몇 속담이 떠오릅니다.

‘뱁새는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라는 속담은 ‘생김새는 작고 볼품이 없어도 제구실은 다하는 경우’를 비유하고 있고, ‘뱁새가 수리를 낳는다.’는 속담은 ‘못난 어버이한테서 훌륭한 아들이 난 경우’를 비유한 듯합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에서 황새는 ‘한새’ 즉 ‘큰새’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데 비해, 뱁새는 작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박을 받고 있습니다. ‘작고 가는 눈’을 ‘뱁새눈’이라고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어감 자체가 썩 좋지 않아서 음흉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실제 뱁새의 눈은 비록 작지만 똥글똥글하고 예쁘게 생겼습니다. 뱁새가 알면 한참 서운해 할 일입니다.

뱁새의 다른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입니다. 이름 그대로 작고 오목한 눈을 가진 예쁜 새입니다. 매우 민첩할 뿐만 아니라 떼를 지어 다니며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益鳥)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둥지도 작고 오목합니다. 거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둥지가 작아야 서로 꼭 붙어있을 수 있으니 보온(保溫)이 잘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존재 이유가 있고, 그 밑바탕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굳게 자리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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