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손절
  • 승인 2021.08.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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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연스럽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아닐 것이다. 나무가 자랄 때 잔 가지를 쳐내고, 엉기는 풀을 없애고, 그늘을 만드는 큰 나무를 베어낼 때 더 잘 자란다. 사람이 돌보지 않는 산의 나무는 그런 것을 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잘 자란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베르베르의 ‘개미’를 여름더위를 식히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명성만 듣고 한 자도 읽지 못한 책이다. 거의 30년간 다른 일 (기자)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가면서 퇴고에 퇴고를 거친 글이라고 하여 인상 깊었다. 긴 시간 짬짬이 공들여 쓴 글이 어떨까 궁금했었고 5권이나 되는 책이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드디어 때가 되어 읽었다. 과학적인 지식과 문학적 상상력, 탄탄한 구성, 궁금증이 나서 계속 책을 손에 들게 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어릴적 ‘파브르의 곤충기’나 동물들이 나오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잠시 현실의 더위를 잊고 상상력의 세계에 쏙 빠져들었다. 그 책에 보면 개미와 공생관계에 있는 나무가 나온다. 다른 해충들이 나무를 갉아먹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엉켜있는 풀을 잘라주고, 가지도 끊어주고, 거름도 준다. 다른 나무들도 다른 곤충, 동물들과 공생관계를 맺거나 스스로 자신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만드는 것 같다. 식물의 세계가 동물의 세계만큼 생존을 위해 공격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자연속에서도 한 개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나, 보자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하는 말처럼 가만히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나 일에 있어서나 마찬가지다. 필요없는 일은 줄이고 목표로 하는 일에 몰두할 때 성취가 빠른 법이다. 인간관계에서도 해를 끼치는 사람, 자존감을 깍아내리는 사람, 저 사람 왜저러지 라며 자꾸 생각나게 만들어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사람은 과감히 ‘손절’해야 한다. 그것이 한 해 두 해가 아니고, 몇 년간 지켜보면서 괜찮다가 나빠졌다가를반복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시간을 두고 볼 필요가 없다. 더 두고보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고 미련하다.

지금 그의 행위를 굳이 더 고민해볼 가치가 없다. 자신의 좋은 품성, 자신의 가치, 자존감, 자기정체성, 일에 대한 열성이 올곧게 쭉쭉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을 훼손하고, 구부러뜨리고, 엉키게 만드고, 뒤죽박죽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자신이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것이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성장, 발전할수 있도록 가로막는 것들은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잘 자랄 수 있다.

사람을 버린다, 끊는다, 잘라낸다. 손절한다. 정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권력이나 돈을 위해 계략을 꾸미는 사람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일반인인데 이런 행위를 꼭 해야하나 싶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가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상처는 사람에게 받는다. 동물이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너무 안타깝고 마음 아프지만, 더 아프지 않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과 ‘손절’해야한다. 더 아프지 않도록, 더 다치지 않도록, 더 잃지 않도록 말이다. 그 자신이 잘 성장,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그런사람을 가까이 하고, 공생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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