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을 분열시키는 경선,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경선,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승인 2021.08.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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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먼저 경선을 시작한 민주당을 보면서 구태 정치의 표본인 네거티브의 진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또 큰 틀에서 후보자의 발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어 하나하나 뜯어가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보수층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저런 상황이 부디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선 후보 경선으로 당 안팎에서 하루하루가 시끌시끌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없던 정도 떨어지게 만든다. 차라리 일관되게 자신만을 내세우며 내가 제일 잘났다로 밀어붙이면 자신의 장점이라도 돋보이겠지만 지금의 경선판은 내가 제일 잘났다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장 못났고 상대방이 제일 문제라는 방식으로 각 후보자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보다 남 흠집 드러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자신의 장점도 네거티브에 매몰되어서 국민의 눈에는 그저 헐뜯는 모습만 기억난다. 나아가 유권자 입장에서는 '차악을 뽑는 것이 선거'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흐름이 길어지고 거세지면 결국 지지층의 이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각 정당의 대권 주자가 결정되고 난 뒤라면 어느 정도선에서 당 차원의 네거티브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당내 경선에서 서로 헐뜯고 분열하는 것은 그 당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을 경선 주자들도 또 당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민망하고 추하다'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어떤 후보는 욕지기만 기억나고 또 다른 후보는 말꼬리잡기만 기억난다. 분명 분야별 비전과 공약이 있었을 것인데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재명후보와 이낙연후보의 양강체제로 판도가 굳혀지면서 나머지 후보들 사이에서도 줄서기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역시 정치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것이 맞고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태도를 확 바꿀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네거티브가 너무 심해지다 보니 민주당 차원에서 각 후보에게 이러한 태도를 지양해달라고 주문했으나 한번 붙은 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두 후보의 경선 캠프에서는 네거티브를 중단한다고 선언하였으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재명 후보의 '지사직 유지'와 관련한 이낙연 후보의 발언과 이낙연 캠프의 설훈 의원이 언급한 '경선 불복'을 이재명 후보 측에서 발언하는 것으로 또 다시 과열되는 분위기로 검증과 네거티브라는 줄타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선은 둘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를 뜻한다. 그리고 경쟁은 같은 목적에 대하여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것을 뜻하므로 후보자들이 자신이 대권 주자에 더욱 적합함을 알리고 본인이 가진 장점과 비전 그리고 정책의 타당성과 훌륭함을 알리며 경쟁하는 것이 정상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떠올려보면 각 후보는 반장이 되면 본인은 어떤 식으로 교실환경미화를 할 것인지, 우유팩 치우는 일은 반장 기간 동안 본인이 맡아서 하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말하고 학생들은 그 말을 믿고 후보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저 학생은 전에 친구를 때렸어요." "저 학생은 전에 쓰레기를 몰래 버렸어요." "저 학생은 화단의 꽃을 꺾었어요."라며 자신은 그러지 않았으니 뽑아달라는 말을 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네거티브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촉즉발로 서로 날을 세우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보수통합만이 정권탈환의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 지지층은 불안하다. 혹시라도 과한 네거티브로 힘들게 모인 보수층이 또다시 분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 후보 간의 네거티브에 매몰되어 중도층이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의 장점을 보지 못할까 하는 걱정도 한다.
가장 마지막 선거인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억하는가. 마지막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각 후보가 서로를 칭찬해 보라는 말에 오세훈 시장이 박영선 전 장관에 대해 박 전 장관의 행보가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에게 희망과 귀감이 되었다고 했고 반면 박 전 장관은 그저 오세훈 시장의 패션감각을 칭찬했다. 결과는 압도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승리했다. 티비 토론이라는 가장 파급력이 큰 상황에서 상대의 장점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며 그 장점을 언급하는 것을 통해 오세훈 시장 자신이 가진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은 아무리 상대방이라고 해도 인정하고 높이 살 부분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과감하고 지혜로운 발언이었다. 때로는 네거티브보다 이런 것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경선주자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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