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하라
  • 승인 2021.08.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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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필자는 하지 말라는 건 꼭 해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탓에 동업(同業)이란 걸 했었다. 형제간에도 하지 않는다는 동업, 친한 사이가 원수가 되어 끝이 난다는 그 동업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되었냐고? 여러분들의 예상대로 쪽박을 찼다. 쪽박도 그냥 쪽박이 아니고 금이 가고 깨어져 너덜너덜 상처 난 쪽박이 되어 버렸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요양보호사 자격 제도가 생기고 요양보호사를 교육하는 교육원이 막 생기기 시작했다. 필자도 처음에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 전임 강사로 활동하며 강의만 전적으로 했었다. 교육원은 사단법인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이사들이 운영하고 수익금을 배분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다가 교육원을 운영하는 이사들의 갈등으로 인해 서로 제각각의 길을 가게 되고 엉겁결에 본인이 그 교육원을 인수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그런 사업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全無)하다는 데 있었다. 교육원 운영을 걱정하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지인을 통해 사업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많은 A라는 사람을 소개받은 것이다. 서로 절반의 투자금을 내고, 본인은 강의를 맡았고, 동업자 A는 전적으로 회계 부분을 맡게 되었다. 서로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머리 아픈 재무 관계는 신경 쓰지 말고 강의 분야만 전적으로 맡아서 책임지면 된다고 했다. 회계 관련 부분은 난 자신이 없었는데 그 사람이 맡겠다고 하니 참 달콤한 제안이었다. 몸에 안 좋은 건 항상 이렇게 달콤하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원장이 돈이 없으면 교육원에 기강이 안 선다며 돈 걱정 없이 강의만 열심히 하라고 수시로 지갑에 돈을 챙겨주었다. 항상 배고팠던 홀쭉한 나의 지갑에 배춧잎 20장이 채워졌다. 그리고 필요하면 또 언제든지 이야기 하라고 했다. 원래 내 성격상 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많다 적다의 개념도 별로 없다. 천 만원과 이 천만원의 차이가 이 천만원이 천만원보다 많다 정도의 개념이지 그게 '만 원짜리 1,000장만큼 더 많다'라는 식의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돈 신경 쓰지 않게 회계 파트를 맡아준 그 사람이 그 당시에는 참으로 고마웠다. 근데 그게 나의 큰 착오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동업을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동업자 A가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월급이 늦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갑에 채워지던 배춧잎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때까진 그런가 보다 했다. 교육원의 학생 수는 이전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는데 어떻게 돈이 부족하단 말일까? 딱 그 정도의 생각만 하고 내가 잘 모르는 회계파트 일을 회피해버렸다. 곧 월급이 들어오겠지 생각하며 그 사람의 말을 믿었다. 정말 그의 말을 믿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골치 아픈 일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회피했던 것일까? 돌아보니 후자인 듯하다. 머리 아픈 회계 파트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고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믿음이란 핑계로 기다리다가 홀라당 당하고 그는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돌아보면 그 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지만 참 바보 같았던 경험이다. 이 넘어짐의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다. 사업이나 동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은 하여선 안 된다는 것을. 멈춰서야 할 때 자신의 판단을 멈춰서야 하고, 나아갈 땐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TV를 보면 잘 나가던 연예인들이 사업에 손을 대었다가 망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인기만 믿고 자신의 주 분야와는 생소한 일(유통업, 식당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하다가 넘어지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나아가고 싶을 때 나아갈 수 있다.
남에게 자신의 인생의 방향 key를 맡기고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거나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된다.'라고 원망하지 말기로 하자. 그런 행동은 참 바보스러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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