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 여인호
  • 승인 2021.08.16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지수는 99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다녀서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공부하고 있다. 또 부모님, 오빠, 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원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도 있지만,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대부초 6학년 3반 강행복(가명) 학생이 생각하는 ‘나의 행복지수’와 그 이유입니다. 영호는 2021년 5월 18일 화요일에 6학년을 대상으로 행복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습니다. 다음은 강행복의 마무리 글입니다.

“오늘 6개의 단어를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봐서 재미있었다. 평소에는 내가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행복지수가 올라갔다. 이렇게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게 해주시고 공부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교장 선생님과 수업해서 재미있었고 영광이었다.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 사랑합니다.”

영호는 5월 8일 화요일 6학년을 시작으로 7월 13일 화요일 1학년까지 모든 학반에서 ‘행복’을 주제로 수업을 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인 ‘용기’ 수업에 이어서 두 번째 수업입니다. 우리 교대부초 학생들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행복지수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6월 8일 화요일에는 4학년 1반에서 수업실습 중인 대구교육대학교 4학년 학생들에게 시범수업도 했습니다.

수업은 25개의 점을 연결해서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섯 개의 낱말(왕, 중병, 신하, 행복, 속옷, 농사꾼 부부)을 적으면서 이야기를 구상합니다. 영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와 비교도 합니다. 원래 이야기가 적힌 학습지를 보고 각자 생각하는 제목도 정합니다. 원작의 제목은 ‘속옷 없는 행복’입니다. 글의 주제와 자신의 행복지수를 알아보고 정리와 소감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3~6학년은 앞의 내용과 비슷한 형태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1, 2학년은 기초·기본 학력에 중점을 두고 진행합니다.

교대부초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지수와 그 이유입니다.

“89점입니다. 지금은 좋은데 오늘 수학 학원에 가야하고 학원숙제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5학년)” “90점입니다. 75점은 교장 선생님과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점은 독서시간에 읽은 ‘카페공장’이 너무 재미있어서이고, 5점 친구들과 놀 생각에 들떠서입니다. 감점 10점은 오늘은 엄마와 아빠가 늦게 오시기 때문입니다.(4학년)” “98점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한 군데만 가면 되고, 숙제가 많아서 2점이 빠졌습니다.(3학년)” 이 순간 여러분의 행복지수(점수)는 얼마인가요?

어릴 적 영호의 행복을 생각해 봅니다. 가난했던 초동목아의 시기였지만, 한 번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공부시간, 날마다 하던 축구 등 행복한 기억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게와 시래깃국이 합쳐진 날입니다. 선고(先考)께서는 영호가 5학년 때 지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친구들이 망태에 풀을 베고 땔감나무를 할 때 영호는 지게질을 했습니다. 반거충이 어른보다 지게질을 더 잘 한다는 이웃집 어른들의 말을 듣던 영호였습니다.

겨울방학이면 지게 가득하게 땔감을 하고, 점심으로 시래깃국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땔감은 갈퀴로 낙엽을 모아서 원기둥 형태로 만들어서 지게에 지고 오는 것입니다. 영호 나름의 기준 이상의 나무를 할 때 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밥, 시래깃국, 고추장이 전부인 점심은 지금의 그 어떤 화려한 음식보다 맛이 좋았습니다. 나무를 하는 것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고, 점심은 목표 도달에 대한 칭찬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대부초 교수평기(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 일체화의 보물인 ‘꽃사슴 배움터’를 나무와 시래깃국에 연결시켜 봅니다. 영호 나름의 땔감 기준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입니다. 시래깃국은 칭찬과 격려의 피드백입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모두 만족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영호는 “오늘이 좋으면 늘 좋은 날입니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이 행복하면 늘 행복한 날입니다.” 선생님의 행복을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의 행복을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수업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학생이 수업에서 행복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교대부초의 슬로건이 ‘수업에서 행복을 만나다!’이고, 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행복의 조건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속옷 없는 행복’의 이야기처럼 물질적으로가난한 농사꾼 부부가 가장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자신에게 물어보시지요. “나는 행복합니까?” 그리고 소리쳐 보시지요. “나는 행복합니다!”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