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불안한 백신 수급에 국민 인내심 한계 다다른다
정부의 불안한 백신 수급에 국민 인내심 한계 다다른다
  • 승인 2021.08.17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환 부국장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늦어지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변경했다. 모더나 백신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2차 비축 분을 1차 접종에 풀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당초 AZ 백신은 8~12주, 화이자 백신은 3주, 모더나 백신은 4주로 1·2차 접종 간격을 권고했다.

그간 백신이 제때 수급이 안돼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1·2차 접종 간격을 늘리는 것이 여러차례다. 접종을 예약하려다 정부의 준비부족으로 먹통 혼란을 빚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때문에 1차 접종을 받은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늦춰진 접종 간격으로 인해 백신 효과가 줄어드는 게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정부의 백신 수급에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모더나 백신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 통화로 4천만회분(2천만명분) 확보했으며 도입 시작 시기도 올 3분기에서 2분기로 당겨졌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백신 수급만 원활하게 이뤄졌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8개월 전의 대대적인 홍보전과 달리 공급 약속을 어긴 '모더나' 이름도, 추가 공급 대책도 언급하지 않은 채 "백신 접종률을 높이라"는 말만 여러 차례 반복했다. 호주 총리가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모두 내 책임"이라고 사과한데 반해 우리 대통령은 모더나 공급을 자랑하다 수급이 차질이 빚자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남탓만 했다. 매번 진솔한 사과는 커녕 정부만 믿으라는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는 국민들은 몇이나 될까.

더구나 1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약사가 접종 간격을 3, 4주로 정한 데는 분명하게 의학적인 타당성이 있었을 텐데, 접종 간격을 늦추면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2주 범위 안에서 접종 간격을 조정하도록 권고하는 만큼 백신 효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9일 "1·2차 접종 간격에 따른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와 있는 자료가 있진 않다. 다만 화이자 백신의 경우 임상 시험을 할 때 3주 간격의 데이터만 활용한 게 아니라 6주 범위까지 2차 접종한 데이터를 반영해 효과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접종간격 연장에 정부의 입장만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접종 간격을 6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선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접종 간격을 늦추는데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자가 지난 11일 처음으로 2천명 대를 기록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지금의 방역 조치로는 4차 대유행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 속에서 백신 수급 불안에 따라 늘어난 접종 간격만큼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정부가 자신했던 11월 집단면역 형성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 백신 접종 완료율은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1차 접종률도 44.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한 일본과 콜롬비아 접종 완료율은 각각 32.9%, 25.8%다. 정부의 무능으로 빚어진 일이다. 외신들 조차도 "한국 정부가 확산 초기 방역을 자축하면서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결과다"고 꼬집고 있다.

백신 접종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를 믿고 따라준 국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간 코로나 백신 수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가장 크다. 17일 모더나사가 우리 정부에 8∼9월 국내에 공급할 백신 물량을 확대하고 9월 공급 일정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이번주까지 구체적 물량 및 공급일정 통보해 주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는 향후 국민들에게 백신 수급과 관련한 명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잘못이 있으면 진솔하게 사과하고, 더 이상 백신수급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