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 승인 2021.08.18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햇볕은 따가웠고, 날씨는 괴팍스러웠다.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하여 비가 퍼붓기도 했고, 그러다가는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빵긋 웃기도 했다. 같은 지역인데도 어느 곳은 비가 억수 같이 내리고 어느 곳은 해가 뜨는 곳도 있었다. 그러한 날씨가 이번 여름에는 반복되었다. 그야말로 아열대 기후와 비슷한 고온 다습한 날의 연속이었다. 이런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가운데서도 우리는 적응의 동물답게 잘 적응해 왔고, 지금은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주 말복(末伏)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나누는 작은 이벤트를 하나 하였다. 큰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현재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은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마을이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커서 시집 장가가고 지금은 40여 가구 남짓, 70여 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말복을 맞아서 처음에는 마을 회관에 계시는 몇몇 어르신을 대상으로 삼계탕을 대접하려고 생각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생각나고 해서 노인정에 계시는 어른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이 사람도..., 저 집도..." 그렇게 추가하다 보니 우리 마을 사람들 전체로 확대 되어 버렸다.
삼계탕은 보관이 편하고 언제든지 데워 드실 수 있는 팩에 들어 있는 가공된 삼계탕으로 준비했다. 처음에는 넉넉히 65개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샀는데 나누다 보니 80개를 나누게 되었다. 비용은 당 초 계획보다 더 많이 지출되었지만 그래도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나를 이렇게 키워주신 건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라 마을 어르신, 나아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라고 고백해본다. 나의 성장을 모두 지켜보셨고, 나의 마음 밭에 좋은 거름이 되어주신 귀하신 분들이다. 모두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과 같은 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께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을회관에 두고 찾으러 가라고 하는 것보다는 직접 일일이 찾아가서 얼굴 뵙고 인사드리며 나눠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아내와 함께 둘이서 골목골목 다니며,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였다. 그렇게 삼계탕을 손에 들고 집집 방문하여 전해드리다 보니 다시 한번 어릴 때 생각도 나고 함께 뛰어놀던 동무들도 생각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한참을 배달하던 중 한 어르신께서 삼계탕을 받으시며 그냥 툭 내뱉으신 말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이 나에게 울림이 되어 남아 있다. 곱씹고 곱씹어 보니 참으로 명언이 아닐 수없다.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어르신 말씀대로 처음 마음먹기는 참 쉬운 일이었다. 삼계탕 몇 개 사서 어른들 대접하는 것, 조금의 돈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 크게 염려 안 했다. 그런데 막상 행동으로 옮기려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경 쓸 일도 많았다. 괜히 오버해서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남들은 또 나를 별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해하는 것은 아닐는지? 별의별 걱정과 핑곗거리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에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일들이 이번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참으로 많았다.
생각은 참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기 참으로 어려운 일이 많다. 하루 30분 운동하겠다는 생각은 참 쉽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참 어렵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고, 친구와의 만남도 늘 생각하고 말만 하지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사랑한다는 표현, 고맙다는 표현 역시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거꾸로 한번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떨까? 겁먹지 말고, 잡다한 생각 버리고 그냥 행동으로 해보면 어떨까? "쉽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쉬운 일"을 말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