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연극축제’는 공연이 아닌 교육연극행사로 거듭나야
‘대구교육연극축제’는 공연이 아닌 교육연극행사로 거듭나야
  • 승인 2021.08.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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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백 교육연극연구소 메탁시스 소장
지난 2016년부터 6년 동안 대구시교육청이 펼치고 있는 ‘교육연극축제’ 사업이 자칫 보여주기식 연극행사로 치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업이 진정한 교육을 위한 행사가 아닌 일회성 무대공연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교육연극사업에는 5년동안 10억원이나 되는 국민 혈세의 예산이 사용됐고, 올해 역시 교부금 1억6천만원이 행사 주최측에 집행이 될 것으로 알려진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대구시교육청은 보여주기식 무대공연을 지양하고 교육적인 발전을 위한 진정한 교육연극이 되도록 내실 행정을 다할 것을 촉구해 본다.

그렇다면 진정한 교육차원의 교육연극행사는 어떤 것일까? 우리말로 번역되는 교육연극(Educational Drama·Theatre)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전개해온 연극을 활용한 교육을 하기 위한 방법론적 포괄 용어이다. 무대에서 공연을 목적으로 반복 연습 된 심미적 예술 활동이 결코 아니다. 교육연극은 다양한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극을 활용한 수업방법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대구시교육청에서 벌인 교육연극축제의 팜플렛을 보면 95% 이상이 무대연극공연인 것. 처음 1, 2회 때는 시행착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회차 교육연극 축제 역시 대부분 무대공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교육연극이라고 해서 무대공연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공연중심’의 교육연극인 T·I·E(Theatre in Education)가 있다. 그러나 T·I·E가 무대 연극공연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아닌 전문 배우들의 포럼 연극으로 찾아가는 연극방식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 그동안 하고 있는 방식의 무대공연과는 많이 다르다.

문제는 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육연극축제가 매년마다 초등학교 연극반 학생들 또는 일부 선발한 초등학생들을 연습시켜 무대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무대연극공연에 대해 영미 교육연극전문가들은 득보다 실이 많은 방법이라며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는 교육연극에서 추구하는 핵심 개념은 ‘학생중심의 배움’과 배우와 관객이 모두 같이 참여하는 ‘참여 중심의 배움’이고 예술의 심미적 결과보다는 ‘과정중심’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연극의 토대를 다진 미국과 영국의 교육연극전문가들은 대부분 연극배우나 연출가들이 아닌 그 지역 장학사나 교사들이다. 선진국에서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교육연극은 크게 나누면 ‘과정 중심 연극’인 드라마 형태의 D·I·E(Drama-in-Education)와 ‘연극놀이’를 주축으로 하는 창의적 드라마(Creative Drama)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대구시교육청의 그간 ‘교육연극사업자 공모 추진 계획’을 보면 이 행사는 무대공연만을 할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이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을 받을 때 무대공연을 전제로 받은 교부금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이다.

사업 담당 장학관이 ‘런던 교육청의 교육연극수업 가이드라인’이나 한국교육연극학회에서 번역한 ‘교육연극 주사위를 던져라’와 성남시교육청에서 한 ‘교육연극지원 사업 계획서’ 정도는 한 번쯤 읽어 보길 희망해 본다.

지금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연극 전문단체들의 볼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불만은 교육연극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4년 동안 행사 운영을 총괄하니 해당 사업이 무대연극공연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연극 전문단체 들이 수차례 건의도 해봤으나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대구교육연극축제의 4년간의 팜플렛을 보면 이 말은 충분히 증명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연극 사업을 위해 선정·평가 위원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단체들을 선정하고 있는지 탈락한 단체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래야 탈락한 해당 단체들도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내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올해부터라도 대구시교육청은 교육연극전문가들과 함께 공개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올바른 교육연극 방향을 재설정하고, 교육연극 관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선정위원들이 단체들을 선정하고 제대로 된 외부평가로 내년부터라도 학생과 교사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교육연극의 장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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