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페미니스트
엇나간 페미니스트
  • 승인 2021.08.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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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결혼정보회사 대표 교육학 박사
최근에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으로 3개의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 의혹을 받으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유는 숏컷인 헤어스타일과 SNS에 특정 단어를 썼다는 것이다.

젠더갈등이 심해지면서 여성인권과 관련된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란 단어들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은 라틴어 ‘페미나’에서 파생된 언어다. 성별(gender)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을 뜻한다. 네이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로 정리되어 있다.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을 주장하거나 따르는 사람을 뜻한다.

얼마 전에 삼십대 중반의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인 여성이 결혼을 하기 위해 상담요청을 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청바지와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의 가벼운 복장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아이스커피를 손에 든 채, 얼굴엔 홍조를 띄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타사에 잠깐 들러서 상담했는데 회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결혼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삼십대 중반이 지나니 어머니가 성화를 부려서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20여년 이상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한 경험으로 그녀의 행동이 여느 여성들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남성의 조건을 나열했다. 나이·학력·직업·자산·외모·키 등을 세분화하여 자신의 이상형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녀가 찾는 완벽한 조건의 남성은 그녀만큼 좋은 조건을 찾는 남성들일 수밖에 없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힘든 일이다. 사람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상담을 할수록 그녀가 찾는 배우자상은 공주님을 모시고 사는 머슴에 가까운 남성이다. 남편이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것이 안내키면 각자 자기 일을 하며 서로 간섭하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도 그녀를 위해서 요리를 직접 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친정어머니에게는 절대로 맡기지 않을 것이며 시어머니가 양육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남편과 시댁의 핏줄이라는 황당한 논리였다. 친정엄마도 결혼해서 육아에 집안살림이나 할 바엔 차라리 결혼 안하고 혼자 사는 게 낫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런 이상형을 찾으면 결혼하고 아니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했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이 베스트셀러로서 이슈가 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30대 여성들이 결혼후 경력단절녀로 살아가면서 가정과 사회·직장에서 부딪치는 성차별의 애환을 영화화한 소설이다.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라는 대립된 양날의 칼을 잘 묘사한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시대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받고, 부모의 유산도 딸·아들 구별 없이 동등하게 받는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당연시 되면서, 능력 있는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기도 한다. 결혼으로 인해 자아실현의 꿈을 접어야 되고, 경력단절녀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에 회의를 느낀다. 결혼을 앞둔 이 시대 여성들의 보편적인 고민은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상담을 의뢰한 여교사의 경우는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이 지나쳐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평등을 초월한 급진적 페미니즘 사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결혼이 고귀하고 숭고한 남녀의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본인의 삶을 영위하는데 결혼이라는 적당한 수단이 필요한 듯했다. 그녀의 이기적인 생각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결혼 성사는 힘들지 않을까? 직업인으로서 이율배반적인 생각에 허탈감이 왔다.

페미니스트가 여성 우월주의와 남성 혐오로 잘못 생각하는 여성들도 있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여성 우월주의가 아니라 동등한 권리와 의무로 양성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남과 여를 구별하면서 필요할 때만 남녀평등을 외친다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조화로운 가정이 탄생한다. 책임과 의무는 저버린 채, 권리만 주장하는 페미니즘은 허공을 향하여 외치는 메아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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