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빌딩 유리창에 빛나더니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만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길은 당신을 향했어요
강가를 걷는 연인들은
밤을 속삭이고
당신과 함께할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네
뱃전을 두드리는 물결소리
아득한 바다새 소리
요란한 전차소리
귓전에 바람소리
그러나 그리움 물밀 듯 밀려오면
야속한 목마름과 피곤한 행복감
어느덧 내 마음엔 사랑이 쌓입니다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産. 서울법대 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야속한 목마름과 피곤한 행복감」이 있는 마지막 연의 아이러니한 감정의 묘사에서 독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흔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아! 이거 뭐지? 하는 묘한 대립은 새로운 감정 하나를 내미는 시인의 의도를 돌아보게 한다. 사람은 갖가지의 감정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시는 낯선 감정을 만났을 때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스스로 느껴 보려고 새로운 노력을 해 보기도 한다. 노곤한 사랑의 단편이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