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환경을 타고나야 한다
말은 환경을 타고나야 한다
  • 여인호
  • 승인 2021.08.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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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 힘센 사람이 길동무가 되어 가다가 아주 흉악한 산적들에게 잡혀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 먼저 힘센 사람이 나서 해결해 보려 했지만, 혼자 힘으로 끄떡도 없었다. 다음은 글 잘 쓰는 사람 나서 명문장으로 설득해 보았지만 산적들이 까막눈이라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말 잘하는 사람이 나서 “우리는 모두 현상금이 많이 걸린 사람들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 좋은 일이나 하게 관아로 데리고 가 포상금을 받으시오!” 라고 했다.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도둑들은 의심 없이 세 사람을 포박하여 관아에 데리고 갔다. 포상금 탈 생각에 모두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하지만 산적들인 게 들통나 포박당하고 오히려 흉악한산적소굴을 소탕한 공로로 세 사람이 포상금을 두둑이 탔다. 말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힘센 사람 중 말 잘하는 사람이 최고더라는 옛이야기다.

글도 중요하고 말도 중요하고 때로는 힘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말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통 수단이자 표현방법이다.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어디서든 하고 싶은 말을 논리적으로 당당하게 말하기를 바라고 문화센터, 학원을 보내 말하기 공부를 시킨다. 그런데 잘 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만난 많은 청소년은 자기표현에 인색하거나 대답이 짧아 답답하거나 그랬다. 얼굴에는 그 상황에 대한 난처함, 두려움, 자기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은 방어기제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공부가 뒤처지는 아이들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재판에서 승소하려면 유대인 변호사를 구하라’라는 말이 있다. 유대인들은 미국의 교육, 문화, 예술, 정치, 경제 다방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법조인으로 진출하는 유대인이 특히 많다. 미국 명문대 로스쿨에는 재학생 중 평균 30%가 유대인이다. UC버클리대학교 유진 볼로크 교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전체 법대 교수의 26%가 유대인이고 일반적으로 연방 대법관 9명 중 3명이 유대인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이 법조인으로 진출하는 데는 그들의 문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이가 4살이 되면 가족회의를 시작하여 자기 의견을 말한다. 또 아버지와 하브루타 토론으로 탈무드를 공부하는데 가장 지혜로운 답을 찾기 위해 서로 토론하고 논쟁한다. 그들의 토론에는 ‘적당히’라는 말이 없다. 말은 많이 해 본 사람이 잘한다. 그것도 아무 말이나가 아니라 토론과 논쟁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말은 환경을 타고 나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유교문화와 주입식교육에 길든 사회 속에서 말을 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말 잘하는 사람이 더욱 부러웠다.

아이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잘 들어주자.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또 말해도 좋다’라고 말해 주면 더욱 좋다. 말 잘하는 사람도 매번 할 말을 다 정리하여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을 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말을 하기 전 내린 결정이 말을 하면서 바뀌기도 한다. 말이 길어지다 보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맥락을 잃기도 한다. 중간중간 ‘~ 해서 ~했다는 이야기지’ 라고 정리 반영해 주면 끝까지 논리적으로 말을 마칠 수 있다. 말의 예절을 가르치자. 끼어들기, 훈수 들기는 말하기의 나쁜 습관이 된다.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집중해 주자. 궁금한 것은 질문해 주자. 질문은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꾸어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고 프레임을 바꿔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한다. 그 밖에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자. 논리적 근거와 다양한 비유를 들 수 있는 말하기 재료가 된다. 간단히 정리해 본 말하기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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