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죄
직권남용죄
  • 승인 2021.08.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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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사법농단 관련 임성근 판사의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다. 임 판사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언론인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사건 등에서 재판부는 임 판사의 직무는 해당 재판과 무관하여 남용할 직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그가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 업무 중 핵심 영역에 대한 직무 감독 등 사법행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직권남용죄는 매우 이론적인 범죄이므로 사회 일반인들의 법 감정과 어긋난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공무원만이 범할 수 있는 죄이므로 일반인은 원칙적으로 직권남용죄를 저지를 수 없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을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공무원이라도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세무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반직 공무원이 타인에게 겁을 주어 세금을 내도록 만든다면 이는 ‘협박죄’, ‘공갈죄’는 될 수 있어도 일반직 공무원은 ‘세금 관련 직무’에 종사하지 않으므로 남용할 직권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될 수 없다.

판례에 의하면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기업관계자들에게 기업 메세나(Mecenat) 활동의 일환인 미술관 전시회 후원을 요청하여 기업관계자들이 특정 미술관에 후원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직무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에 근거하여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권유하거나 협조를 의뢰한 것에 불과하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무죄를 선고하였다.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하여 치안본부장(현 경찰청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에게 고문치사자의 사인에 관하여 기자간담회에 참고할 사실과 다른 메모를 작성하도록 요구한 사안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다. 치안본부장이 위 과장에게 메모를 작성토록 한 행위가 그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이 무죄 이유의 한가지였다. 대검찰청 공안부장인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위 공사의 쟁의행위 및 구조조정에 관하여 전화통화를 한 사건에도 역시 공안부장이 이에 관여할 일반적인 직무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다.

한편 직권남용죄는 기수만 처벌하고 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즉 직권남용으로 인하여 타인이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행사가 방해된 경우에만 처벌되고 직권이 남용되어도 타인이 이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

정보수집 경찰관이 증거수집을 위하여 정당 행사 회의장에 몰래 도청기를 설치해 놓았다가 회의 개최 전에 들켜 도청기가 제거되고 이로 인하여 회의 개최가 약 10분 늦어진 사건에서 경찰관이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은 명백히 직권남용에 해당하지만 도청장치 때문에 회의가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된 정도로는 권리행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기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상과 같이 직권남용죄는 매우 이론적인 범죄이므로 생각보다 유죄 선고에 어려움이 있다. 다만 직권남용죄의 많은 부분이 협박, 공갈, 권리행사방해죄, 뇌물죄 등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권남용죄가 아닌 다른 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임 판사 사건이 협박, 공갈, 권리행사방해죄, 뇌물 관련 내용이 없어 무죄가 된 것이고, 이는 기존 판례 태도를 엄격히 적용한 결과이지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인의 기준으로 임 판사의 행위는 누가 보아도 재판관여 행위임에는 분명하고 잘못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및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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