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안정과 변화를 함께 추구하는 패러독스 경영
[배종태 경영칼럼] 안정과 변화를 함께 추구하는 패러독스 경영
  • 승인 2021.08.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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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서로 의미가 상충되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 속뜻을 알면 말이 되는 경우를 패러독스(paradox) 또는 역설(逆說)이라고 한다. 이 말은 그리스어 ‘para’(넘어선)와 ‘doxa’(일반적 의견)에서 나왔다. 즉 통설과 상식으로 여겨졌던 것을 넘어선 의견이나 주장이 바로 패러독스이다. 서로 반대되어 보이는 두 가지 가치나 방식의 충돌 및 동행인 셈이다

오늘날 경영자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은 상충되어 보이는 대안들을 사이에 두고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역정책 결정도 A를 살리자니 B가 어렵게 되고, B를 배려하자니 A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 당면해 있다.



◇ 패러독스 경영

그렇지만 과거의 통설과 관점에서 보면 서로 상충되어 함께 추구하기 어려웠던 두 가지 가치를 이제는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경우도 많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 경영 지식이나 방식의 향상,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여건의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면 경제적 가치 (이익) 창출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강화, ESG 경영의 대두 등을 보면 이제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기업이 경쟁 전략을 수립할 때는 ‘차별화 전략과 비용우위 전략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를 두고 양자택일의 고심을 했다면, 이제는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경쟁우위를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의 발전으로 아마존은 더 다양하고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그리고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편하게 전달하여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혁신적인 제조기술의 도입으로 서로 상충관계로 여겨졌던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처럼 빨리 변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환경 속에 있는 이른바 뷰카(VUCA) 시대에서는 일반적인 통설이나 상식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넘어선 패러독스를 이해하고 이를 경영이나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접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패러독스로는 ‘안정성 패러독스’(paradox of stability and change)가 있다. 안정성 패러독스는 미국의 버튼 클라인이 20세기 중반의 미국의 경제성장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1977년에 제기한 것이다. 흔히들 미래가 예측가능하면 더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예측가능했던 시기에는 오히려 미국 경제가 불안정했고, 미래가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했을 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더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정성을 그는 정태적 안정성과 대비하여 ‘동태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이라고 불렀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성공확률도 낮고 많은 리스크를 안고 있어 불안정 상태에 있지만, 이러한 스타트업들과 기술기업들이 만드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실리콘밸리 생태계는 경쟁력을 가지고 더 성장하면서 동태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부분이 불안정해야 전체가 더 안정되고, 부분이나 개별 개체가 너무 안정화 되어 있으면 전체 생태계나 조직이 더 불안정해진다. 이 또한 패러독스라고 할 수 있다.


◇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면

그렇다면 안정성 패러독스가 시사하는 바처럼, 안정과 변화는 어떻게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까? 그동안에 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는 이제 기업들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양면성 혁신전략이라 부르기도 한다.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시기를 달리하여, 어떤 시기에는 안정을 더 추구하고 어떤 시점에서는 변화를 취하는 ‘시간적 구분’ 방식이다. 변화해야 할 때가 있고, 안정적으로 기반을 다져야 할 때가 있다. 둘째는 R&D 부서 등 조직의 특정 부문은 변화를 집중적으로 추구하고, 다른 영역은 안정에 더 중점을 두는 ‘공간적 구분’ 방식이다. 셋째는 상황에 따라 또는 환경과 시장의 요구에 따라 지킬 것은 지키고 변화가 필요한 영역은 유연하고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바퀴를 내려 사용하고, 운항 중에는 바퀴를 집어넣어 마찰을 줄이는 것과 같은 ‘상황적 대응’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안정과 변화가 동시에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의 적용’ 방식이 있다.

안정과 변화는 시간과 공간, 상황과 기술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면서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기업의 안정 추구는 조직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하고, 경험과 지식, 자원을 축적하게 하여 변화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아울러 변화의 추구는 지속적 탐색과 시행착오, 적응을 통해 기업이 새로운 안정성을 찾도록 도와준다.

이제 경영자들은 지금까지의 상식과 관행으로 받아들여 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은 바로 이러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만이 지속가능하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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