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은 필요악이다
역선택은 필요악이다
  • 승인 2021.08.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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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제20대 대통령 선거라는 목적지를 향해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한 가운데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후보들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윤석열과 최재형 후보측은 방지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홍준표와 유승민 후보가 반발하는 입장이다. 물밑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일어나는 것은 국민의힘 후보선출 과정에서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 비율 때문에 역선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실의 선거에서 역선택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문제의 극복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투표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투표하는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그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지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든 마음대로 투표하도록 한다면 실제로 일반국민들 중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주로 투표하려는 현상이 생길 것이며, 이것이 바로 역선택이다. 왜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30일 야권 대선 후보만 대상으로 한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25.9%, 홍준표 의원은 21.7%로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4.2%였다. 전권역에서 윤 후보가 홍 의원을 앞섰지만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윤 후보가 11.0%, 홍 의원이 25.2%의 지지율을 기록해 홍 후보가 높게 나타났다. 이념 성향이 '진보'라고 응답한 이는 윤 후보 11.2%, 홍 의원은 26.3%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청년·진보층 지지가 높아졌다며 표의 '확장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반면 윤 전 총장 등 일부 후보 측에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반영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데일리안이 31일에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도 비슷하게 나왔다. 윤석열 후보는 36.7%, 홍준표 의원 28.1% 보다 8.6% 높게 나타났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전라 지역을 제외한 전권역에서 홍준표 의원을 상대로 우위를 보였다. 광주·전라에서는 홍 의원이 33.2%, 윤 후보 28.2%에 비해 오차범위 내인 5.0%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윤석열 후보는 60.6%로, 이는 홍준표 의원 20.8%를 크게 앞섰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홍 의원이 42.4%로 윤 후보의 16.0% 보다 크게 우세했다.

국민의힘은 예비후보 선거에서 국민투표를 도입한 이유는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띄워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본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투표해 줄 것을 기대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후보를 선택하려는 역선택현상이 일어나고, 이로 말미암아 국민의힘 후보를 본 선거에서 패퇴시키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만든다면 역선택현상은 오히려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 투표할 의사가 있는 젊은층, 광주·전라, 진보층 사람들은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정작 역선택 예방대상인 열성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만 투표하게 함으로써 역선택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은 역선택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미리 일고 나름대로 대비를 해두는 것이 맞다. 보험회사라면 신체조건이나 가입자의 특성에 따라 차등가입시키면 되겠지만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투표하라 권유해 놓고 차별화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역선택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현실적인 방안은 당원의 표와 국민의 표에 다른 가중치를 부과한다면 차선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든다면 전체를 1로 보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가중치는 0.6으로, 범여권 지지자들은 0.4로 두는 것이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선출 과정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이명박 후보와 당원들의 지지가 높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에 논의에서 1표를 6표로 계산한 예도 있다.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방식에서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면 지금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후보의 지지가 더 높아야겠지만 후보들이 가지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를 도입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게 하여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본래의 의도이다. 장이 서면 온갖 사람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하고 한쪽 모퉁이에서는 이해충돌로 감정이 상해 싸움도 하지만 장이 파하면 선술집에서 화해의 술을 마시지 않던가. 다선의원 출신과 정치 초년생들과의 샅바 싸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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