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 승인 2021.09.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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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콩 놔라, 팥 놔라' 하지 않기로 하자. 때리는 사람보다 말리는 사람이 더 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타인의 삶에 관심이 참 많은 편이다. 타인의 연애사에도 관심 많고, 타인이 입고 있는 옷과 사는 집에도 관심이 많다. 심지어 타인이 먹는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관심이 때로는 간섭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타인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속담은 선조들이 살아오면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고, 잘 적용만 해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속담을 삶에 적용하기까지는 삶의 연륜이 좀 쌓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본인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속담에 담긴 진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도 마찬가지로 얼마 전까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속담의 뜻을 머리로는 대략적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그 뜻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상식으로는 때리는 시어머니가 훨씬 더 미운 사람이었으며, 때리지 않고 말리는 시누이가 어떻게 더 밉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말리는 시누이는 그저 고마운 사람이어야 했다. 그런데 필자도 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내게 보여준 행동은 대다수가 말리는 시누이의 행동이었다. 그 이후로 말리는 시누이가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왜 더 밉다고 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해만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절실히 그 말이 가슴에 와닿게 되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사람들이 참 얄미울 때가 있다. 아픔에 같이 공감해주지 못할 거면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심판관이 된 것처럼 갈등 당사자들의 과실의 경중을 따지고, 또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매 맞은 며느리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매 맞아 울고 있는 며느리가 있다면 그런 순간에는 울고 있는 며느리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해주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지 물어보는 것이 맞다. 그렇지 못하겠거든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
잠시 나의 삶을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나의 행동은 말리는 시누이였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을 달래어 주거나 지금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기 보다는 내 식대로의 위로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기 급급했던 것 같다.
직접 경험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한 발짝 떨어져 있는 3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른 법이다. 그것은 경기장에 올라서 경기를 하는 사람의 시간과 경기장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듯이 말이다.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이렇게 패스해서 저렇게 슛을 쏘면 들어간다는 것이 뻔히 보인다. 그런데 선수들은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고 있다. 힘들어도 왜 죽기 살기로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누비지 않는지 답답해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넓은 운동장을 10분만 뛰어 보아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필자도 복싱을 배울 당시 링 아래에서 사람들의 스파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답답해한 적이 많았지만 몇 번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는 다시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내가 보는 세상과 그가 보는 세상은 같을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위치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사물을 보고, 현상을 보고도 보여 지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 자신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삶에 '콩 놔라 팥 놔라'를 멈추도록 하자. 그냥 그저 마음을 읽어주고 곁에서 같이 울고, 같이 웃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그것이 우리가 평생 노력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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