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붙은 콩 껍질이 입술까지 내려와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내게만 절정이 되는 내 품의 시(詩)
격하게 구부린 언어는
엄살과 신파로 둥둥 떠올라
내 얕은 은유는 알몸으로 부끄러운
어깨 불편한 날개옷이다
흙장난에서 돌아온 새끼 씻기듯
텅 빈 놀이터에서 혼자 깨춤 추던 나의 시(詩)
등짝 때려가며 땟국물 뽀득뽀득 씻겨내는 내게
그 아이는, 곧잘 수선 중이거나 혼나는 중이다
갖다 버리기엔 키운 정 아프고
끼고 살기엔 그 무게 만만찮은
발육이 느린 아이, 나의 시(詩)
늦둥이 키우는 내겐
눈부시고 벅찬 육아(育兒)다
◇모현숙= 2014 조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대구시인협회 회원, 조선문학문인회 회원, 詩공간 동인,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해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마음일 것이다. 늦은 시작詩作에 힘들고 조바심 나는 고통을 느끼며 이것 역시 글감이 되어버린, 이미 시인의 확장된 눈이 선명하다. 그러므로 시인은 느린 발육이라고 하지만 자신만의 시 세계에 들어와 있다. 육아의 고통과 시작의 고통은 동갑이 된 시인의 모습을 함께 배운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