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마무리
  • 승인 2021.09.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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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다. 그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제목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많았더라도 끝이 좋으면 된다는 것에 공감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끝이 좋기 위해서는 과정이 힘들지 않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월요일 아침, 책상이 5개 붙은 홍희 라인에 두 명이 백신접종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세 명만 있어 오붓하게 지내겟다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한 분이 아침9시에 어깨수술을 한다고 한다. 뼈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한다고 하니,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여유있게 아침을 시작하려던 계획과 달리 머리가 하얘졌다. 업무상 미리 방문하는 사람을 예약하는 시스템이고, 그 날 그 날 확인하고 처리해야할 일이 있었다. 방문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오늘 당장은 오지 말라고 전화를 하든지, 다른 사람이 미리 일정을 맞추어야 민원발생이 하지 않을 것이다. 서무는 2일간 교육을 갔고, 팀장님은 8시 20분경이라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9시면 수술들어간다니 미리 전화로 일정이 적힌 달력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파악했다.

다행히 월요일 당장 방문하는 사람은 없었고, 다음날, 그 다음날 방문자와 제출할 인원을 파악했다. 수요일이나 목요일 정도에 올 수도 있다고 하여 일단 수요일까지는 옆 동료와 함께 대처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 동료의 전화를 두 사람이 받으니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자기 할 일은 뒷전이 되고, 혹시나 실수를 할까봐 걱정이 되어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오후에 팀장님이 어떻게 해야겠냐고 하여 수요일까지는 수요일 오시는 분까지 3명이서 커버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날 한 분이 출근했다. 3일을 쉬어서 밀린 자기의 일을 처리하느라, 일을 나눠주기가 불편하여 홍희가 처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분의 아들 학교에 코로나 확진자가 10명정도 발생하여, 아들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2주간 집에서 자가격리 들어갔다고 한다. 자기도 자가격리 들어가야 되는지 전날에 팀장님과 의논했는데 그냥 출근하라는 말을 듣고 출근했다고 한다.

좋은 일도 같이 오고, 나쁜 일도 같이 온다는 말처럼 갑자기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 발생하니 머리가 아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는 내 일만 하자고 멘탈을 붙들었지만, 이래 저래 신경이 쓰였다.

다음날 아침, 다시 한 분이 출근했다. 어깨 수술한 동료는 금요일까지는 병원에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걸려오는 전화와 방문자들과 처리해야 할 일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그 분에게 일임하고자 하였으나 홍희에게 떠밀었고, 홍희는 팀장님과 상의하고 다른 라인의 동료들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고 공유하고자, 한 라인에 한 명씩 얘기를 하고자 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팀장님과 상의하고, 동료들과도 의견을 나눈 후 전체 동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자는 말에 그녀는 눈썹을 브이자로 찡그리며, 손을 들어 휘저으며, 팀장님한테 가서 말하라고 한다. 왜 자기한테 이야기 하냐고 한다. 평소에는 이야기를 하지않으면서.. 그러고서는 팀장님에게 왜 공유를 안 하냐고 한다. 공유하러 갔을 때 거부하면서도 말이다. 지난 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깜박했다. 그녀는 늘 자기가 조금이라도 피해보는 것은 손사레를 치고, 동료에게 인상을 찡그리고 화난 목소리로 틀어진 자기의 일을 물어 피해를 준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

회의를 하여 잘 마무리를 하려는 순간 다시 걸고 넘어져서 끝내 '끝'을 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녀와와의 인간관계 마무리는 역시 그렇게 끝날 수 밖에 없나보다. 일찍 끝을 내고 싶었는데 인간관계 마무리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최선의 '마무리 기술'일지도 모른다. 드디어 긴 갈등이 끝났다.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잘 마무리 되었다.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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