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전성시대가 왔나?
막말 전성시대가 왔나?
  • 승인 2021.09.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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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벌써 오래된 얘기지만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영화가 장안의 화제꺼리가 된 일이 있었다. 그 영화를 보긴 본 것 같은데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다. 아무튼 이때부터 걸핏하면 무슨 무슨 전성시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었다. 영화나 연극 등 연예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 일반 사회용어와 다를 때가 있어 욕지거리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에로틱한 말도 적당히 넘어가는 수가 많다. 어느 경우에는 저속한 말들이 무거운 사회생활에 활력소 구실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예프로와는 엉뚱하게 먼 사람들이 점잖지 못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듣기에 거북한 막말을 쓰게 되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커서 파장을 일으킨다. 특히 팩트로만 살아야 하는 정치인들이 공식석상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말을 하게 되면 언론에서는 ‘막말’로 규정하여 혹독한 점검대상이 된다.

과거에도 그런 사례가 많았다. 한국에서 대통령을 지냈거나 대통령후보가 됐던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다. 인격과 식견을 갖춘 지도자의 입에서 막말이 나왔다면 두고두고 시중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잊어질 만하면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례를 끄집어내기에 평생을 안고가야 하는 멍에가 된다. 상이군인들의 반대데모에 부딪쳤을 때 혼자말로 병신 운운했다가 치도곤을 맞고 깊이 사과하기도 했으며 60을 넘으면 집에 가서 손자나 보라고 했다가 지금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형수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도 씻기 어려운 멍에다.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한 세 사람은 민주당 현역의원인 윤건영과 김승원 그리고 변호사 정철승이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고약한 언어를 사용한 사람은 정철승이다. 그가 대상으로 삼은 사람은 101세의 철학자 김형석교수다. 김교수는 100세시대의 상징인물로 아직도 꼿꼿이 서서 강의하고 강연을 한다. 몇 년 전 그가 4·19포럼(대표 박강수)의 초청으로 4·19혁명공로자회 강단에서 연설을 했다.

우리가 세는 나이로 99세 백수(白壽)였다. 모두 건강을 염려하여 의자에 앉아 강연할 것을 권했으나 끝까지 선채로 40분 강연을 마쳤다. 잔잔하게 물 흐르는 것처럼 유연한 강연이 대부분 80을 넘긴 4·19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교수데모에 앞장서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기개가 여전했다. 김교수는 지금도 활발하게 강연과 집필을 한다. 그는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쓰기보다 권력자의 자세와 인격 그리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점잖은 글을 쓰기에 무게가 남다르다. 그런데 정철승은 이런 분에게 듣기에 민망한 막말을 퍼부었다.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는데 나는 정철승보다 30년은 더 살고 있는데 그런 말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만일 그의 부모가 80이 되었다면 자식의 이 말을 듣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면암 최익현선생은 왜놈들에게 붙들려 대마도로 납치됐다가 19일동안 단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마의 귀족들이 굶어 죽었다는 얘기는 과문의 탓으로 들은바 없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80세를 적정수명이라고 하면 한국인의 공식적인 기대수명 83.3세를 대폭 낮춰야 할까, 올려야 할까. 윤건영은 윤석열캠프에 군 장성출신들이 몰리자 MBC라디오에 출연하여 “민주당정부에서 과실이란 과실은 다 따먹었던 분들이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어떤 자리를 바라고 정치적 선택을 했다면 장군답지 못하다”면서 “참 쪽팔리는 일로 속되게 말해 별값이 똥값 됐다”고 퍼부었다. ‘쪽 팔린다나 똥값’ 같은 용어는 방송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저속표현이다. 한편 언론중재법 문제가 여야간에 심각한 대립을 하고 있을 때 국회의장 박병석은 여야협의를 주선하며 여당 강경파의 의안상정을 뒤로 미뤘다. 이에 대하여 김승원은 국회의장을 향하여 온라인으로 GSGG라는 문자를 띄었다. 개새끼로 풀이된다. 명색이 국회의원이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나? 이런 사람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다니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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