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카불
모가디슈, 카불
  • 승인 2021.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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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사회부장


지난달 말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 380여 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땅을 밟았다. 정부의 이송작전이 진행되기 전 탈레반은 서방 국가에 협력한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비밀리에 작전을 진행했고 일본은 자위대가 일본에서 출발하는 모습도 보도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불가능해 보이던 국제공항 진입에 성공하며 무려 400명에 가까운 인원을 무사히 탈출시켰다.

일본은 자력으로 공항까지 온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탈출시키지 못했다. 카불에 남아있는 일본인과 현지 협력자들의 숫자는 일본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현지 협력자 뿐만아니라 자국민까지 데려오려는 의사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위험한 아프칸에 자발적으로 갔으니 스스로 알아서 나오라는 태도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2차대전 종전 후 만주 등지에서 돌아와야 할 자국민들에 대해서도 노인과 어린아이는 두고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니 이런 정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 현재 일본 정부는 코로나 사태같은 재난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흡이 극도로 힘든 중증환자가 아니면 병원에서 받아주지도 않도록 했다. 팩스로 전국 환자수를 집계한다는 소식으로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이 왜 이렇게 됐을까.

필자는 극우세력의 장기집권에 따른 결과로 본다. 어떤 심리학자는 정치인을 사익추구형 정치인과 공익추구형 정치인으로 나눈다. 사익추구형 정치인은 대개 뇌물 아니면 개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으로 큰 이익을 봐왔다. 정치를 하는 이유가 자신과 가족, 측근에게 나눠줄 떡고물을 챙기기 위해서다. 트럼프도 그랬고, 아베도 부동산 스캔들이 있었다. 눈치볼 필요없는 권력을 잡고 탐욕을 채우는데 열심인 것이 사익추구형 정치인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한다. 부패로 빠지는 보수가 많다는 얘기다. 결국 극우는 국민을 내세우지만 공정한 사회나 인간의 생명가치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처럼 태풍과 홍수피해가 극심해도 제대로 된 구호는 사라지고 국민들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라는 정부대책이 나오게 된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이나 반성이 없는 이들이 수십년을 권력에 취하다보면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는 것이 극우라는 비판을 받아도 개의치 않는다. 아베나 스가가 아무리 잘 못해도 또다른 극우 정치인이 들어설 뿐 일본 정권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TV 중계카메라가 한국에 대해서 기수와 선수들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극우정권의 영향으로 언론인과 국민들의 혐한 정서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알 수 있는 증거이다. 사사건건 한국대표단이 하는 행동에 대해 거의 전 언론이 비아냥거리고 폄하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일본 국민들 정서에 한국은 없어져야 할 민족이라는 인식이 박히고 있다. 열등한 한국이 아프칸 협력자들을 전원 구해내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기에 그들 언론은 일본 정부에 대해 평소와 달리 불평을 퍼붓고 있다. 어떤이들은 일본의 극우정부가 계속 집권해 일본에 망조가 들수록 한국에게는 이익이라고 한다. 그러나 극우와 극좌의 끝은 모두의 파멸이다. 일본이 아시아 최고 선진국에서 점차 후진국으로 쇠퇴하는 것이 고소할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 청소년들까지 한국을 적대시하게 되는 일은 두렵다. 대놓고 공산주의인 북한은 결국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카불 탈출을 보고 ‘모가디슈’가 보고 싶었다. 영화에서 독재정부를 무너트린 소말리아 반군들이 외국인을 도운 자국민을 학살하고 대사관을 터는 모습이 지금의 카불과 같았다. 특히 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열 서너살 쯤 되 보이는 아이들이 반군이 돼 기관단총을 들고 마구 쏘아대는 모습이었다. 문화혁명때 홍위병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아이들이 정치인 탐욕의 이용도구가 될 때 그 사회는 무법천지가 된다. 독재와 부패를 일삼아 나라를 망하게 한 뒤 자신의 재산을 챙겨 달아나는 정치지도자들 때문에 그 나라에는 억울한 이들의 피의 복수가 벌어진다. 영화를 보면서 극우와 극좌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느꼈다. 혹시 우리주위에도 극우나 극좌가 서서히 자라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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