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고속을 탈 때
우등고속을 탈 때
  • 승인 2021.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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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앞자리로 주세요

곁에 사람이 없는 3번쯤이 좋겠어요

고속버스 우등에는 독방이,

세상의 우등에는 독방이란 게 있어요

단절의 벽을 쌓아 나를 지키는

은둔과 도주로 한세상을 꿈꾸는 앞자리로 주세요

싫으면 잦아들기 속으로 편한 독방이 좋아요

남모르게 꿈꿀 일이 있어요

든든한 날개 하나 달아주세요

피말려 뼈를 깎는 절정에 서면

벼랑에 기어오를 밧줄이 있고

쫓겨난 사람 다시 쫓겨날

사다리도 거기 놓여 있어요

솔개의 쭉지에는 거룩한 독방이 있어요

한 발 먼저 열어보는 현재진행의,

캥기는 뒤통수를 끌어당기며

혼자 갈래요

독방이 좋아요.

◇이향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후,『별들은 강으로 갔다』등 시집 23권.『불씨』등 16권의 수필집,『창작의 아름다움』등 8권의 문학이론서를 펴냄. 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함. 현재, 국제P.E.N한국본부 고문,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문학의 집· 서울> 이사. 호남대학교 명예교수

<해설> 시를 읽으면서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남모르게 꿈꿀 일이 있어요” 이러면 되는 것을. 혼밥과 혼술 등. 혼자 하는 것을 별 이상할 것 없이 유행처럼 해도 된다는 이런 말이 나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혼자 가는 여행, 혼자 있는 시간을 우리는 남모르게 혼자 생각하고 꿈꿀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시인은 혼자하면 괜히 무색해지는 일들에 대해 용기를 가지라는 위로와 당당함을 시를 통해 알려 준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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