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정책의 초점 현금지원보다 인프라 구축에
출산장려정책의 초점 현금지원보다 인프라 구축에
  • 승인 2021.09.08 2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최근 감사원이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2028년 5194만 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약 100년 뒤인 2117년에는 1510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100년 후 서울의 인구도 현재의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그 외 지역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는 2018년 전국 합계출산율 0.98명을 가정한 수치인데, 실제 합계출산율은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으로 급격히 낮아졌고 2021년은 0.78명, 2022년 0.72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그 시기는 더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감을 주고 있다. 이는 작년 우리나라 최초로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나타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즉 출생아 수는 27만 2천 4백 명인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 5천1백 명으로 출생 보다 사망이 더 많아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되었고, 이러한 기조는 점점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이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인구소멸지역을 불러온다. 감사원이 고용정보원에 의뢰해 전국 229개 시·군·구의 소멸위험 정도를 분석한 결과, 2017년 36.2%(83개)였던 소멸위험 지역이 30년 후엔 모든 시·군·구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체의 인구 기반이 붕괴되는 '소멸 고위험 단계'에 진입하는 시·군·구도 2017년 12곳에서 30년 뒤엔 157개, 50년 뒤엔 216개, 100년 뒤엔 221개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모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그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인구 감소의 원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사망이 출생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문제의 해결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즉 국가가 결혼과 출산을 강제할 수 없는 문명국가에서 이것이 가능한 연령층에서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또는 결혼은 하면서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정책상 필요에 따라 규제를 통한 억제와 보상을 통한 유인책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의 인구정책은 지난 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30여 년간은 산아제한 정책을, 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30여 년간은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0년대 초반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할 당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를 오늘날 저출산 풍조에서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인구정책의 방향을 제한에서 장려로 전환할 타이밍을 놓쳐 그렇다고 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지난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로 현재 결혼과 출산이 가장 활발해야 하는 연령층인 80년에서 90년생이 줄어 그렇다고도 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저출산의 주된 원인은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각자 처해진 상황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우리 사회에 나타나 있는 수많은 문제 중의 하나를 그 원인이라고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과 관련된 예산이 거의 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정책 방향의 비중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현재와 같이 출산장려를 위한 각종 현금성 지원도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가 저출산 원인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는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고도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란 현재의 출산 가능 연령층에서는 개인적인 행복 추구에 더 초점을 두고, 출산에 따른 양육과 보육 부담 그리고 이로 인한 본인의 경력단절 우려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출산장려정책의 초점을 현재의 현금성 지원 중심에서 자신의 경력단절 없이 태어난 아이를 안심하고 양육하고 보육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의 소멸은 국가의 소멸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선 영유아 보육만이라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심각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즉 최소한 여성들의 출산기피 원인 중의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일정한 생활 반경 내에 양질의 국·공립 영유아보육기관을 설립하여 아이 맡기기를 원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무료로 양질의 서비스를 야간까지 제공한다면 어떠할까? 이것이 보육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자신의 아이를 맡길 곳 없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없어, 또는 경력이 단절될까 두려워 출산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출산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보는 불씨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