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여론조사
  • 승인 2021.09.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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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뉴욕시에서 큰 물난리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 ‘기생충’과 같은 장면이 슬럼지역 이곳저곳에서 연출되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믿기가 어려웠다. 뉴욕의 일기예보는 정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는데 예보가 빗나가 재난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과학의 능력도 한계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학이든 학문이든 그 요체는 진실 추구다. 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하여 결과를 도출하고 사회과학은 검증 등을 통하여 실체에 접근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빈번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선거에서 어느 정당, 누구를 지지 하는가, 사람들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문제를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여론조사다.

요즘 자주 접하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조사 결과가 들쑥날쑥이다. 여론조사가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보다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급기야는 조사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기 까지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종래 일반적 사회여론조사는 대학에서 많이 해 왔다. 전공교수의 책임아래 사회조사방법 이론에 맞춰 조사설계를 하고 조사한 설문지를 분석하고 통계처리를 하였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의 전문화와 더불어 여론조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영업주의 여론조사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선거 때가 되면 유독 여론조사가 많다. 2017년 대선 때는 여론조사가 총 594건이었는데 대선이 6개월 정도 남은 지금 무려 5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여론조사 건수가 많다 보니 조사결과가 국민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고 뒤죽박죽인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부실한 여론조사다. 과학적방법으로 정확히 조사하고 정직한 결과를 내놓는 것이 조사기관이 할 일인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의 허술한 관리, 조사기관의 방만한 운영으로 조사의 신빙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핵심은 조사설계다. 조사방법, 대상자 수와 연령대, 조사지역 등을 객관적·평균적으로 선정해야한다. 특정지역의 여론조사는 의도적으로 빼고 2·30대 젊은 층의 표본을 더 넣고 60대 이상은 제외하는 조사설계는 당초부터 엉터리다. 조사업체가 특정인을 의식하여 면접원으로 하여금 유도질문을 종용하고 심지어 조사결과를 조작하는 일도 가끔 있다. 2020년 총선에서 여심위가 심의하여 제재 조치를 내린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거짓·중복 응답의 지시 및 권유, 표본의 대표성 위반, 여론조사 결과 왜곡·조작 등 117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도덕한 여론조사기관이 준동하고 있는 것은 부실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다. 현행법상 여심위의 과태료 조치에는 등록제한 규정이 없다.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고 등록이 취소된다 해도 1년이 지나면 다시 등록이 가능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사업체가 자체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아주 값싸게 또는 공짜로 언론기관에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업체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한 상업적 수단이다. 이런 업체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ARS조사를 하거나 면접원도 충분히 확보하려들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여론조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실한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 안 믿는다고 말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여론조사가 겹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되고 거짓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정치권이 이런 것을 노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부실하고 부도덕한 조사기관의 여론조사는 근본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매일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문제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받지만 그 정확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마타도어, 진실 같은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신빙성이 부족한 여론조사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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