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짐승이 되어 돌아오는 밤의 국도
둥글고 환한 얼굴이 따라온다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 치유라는 듯
저만치서 말없이 따라온다
아, 너 거기 있었구나
늘 봐 주고 있었지만
내가 어두워 못 본 사랑
오래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갈채 받을 때 곁에 오는 사람보다
쓰러졌을 때 다가오는 사람이
진짜라는 걸
진짜를 찾아 헤매다
상처 받고 돌아오는 밤의 국도
둥글고 환한 진짜 사랑이 진짜로 따라온다
한 눈 파는 일 없이 나를 따라온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때로는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내는 것 보다는 자연의 무구함에 기대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하는 대로 놓아두면 하는 대로 편해지는 세상의 이치를 시간이 좀 걸려도 알게 해 주는 요상한 대상. 자연은 그 속에서 유난히 정이 가는 물상 몇을 던져 주고는 가만히 있는 그에게 오만가지 이야기를 하게 한다. 시인은 이러한 맥락에서 뜻밖의 감각을 깨워서 시를 쓴 것이다. 둥글고 환한 그것에서 믿음직한 마음하나를 얻었으니 얼마나 든든하였겠는가.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