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인 2021.09.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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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리

상처받은 짐승이 되어 돌아오는 밤의 국도

둥글고 환한 얼굴이 따라온다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 치유라는 듯

저만치서 말없이 따라온다

아, 너 거기 있었구나

늘 봐 주고 있었지만

내가 어두워 못 본 사랑

오래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갈채 받을 때 곁에 오는 사람보다

쓰러졌을 때 다가오는 사람이

진짜라는 걸

진짜를 찾아 헤매다

상처 받고 돌아오는 밤의 국도

둥글고 환한 진짜 사랑이 진짜로 따라온다

한 눈 파는 일 없이 나를 따라온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때로는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내는 것 보다는 자연의 무구함에 기대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하는 대로 놓아두면 하는 대로 편해지는 세상의 이치를 시간이 좀 걸려도 알게 해 주는 요상한 대상. 자연은 그 속에서 유난히 정이 가는 물상 몇을 던져 주고는 가만히 있는 그에게 오만가지 이야기를 하게 한다. 시인은 이러한 맥락에서 뜻밖의 감각을 깨워서 시를 쓴 것이다. 둥글고 환한 그것에서 믿음직한 마음하나를 얻었으니 얼마나 든든하였겠는가.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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