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마에스트로가 빚어내는 우리음악
[문화칼럼] 마에스트로가 빚어내는 우리음악
  • 승인 2021.09.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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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마에스트로 임헌정과 대구시립국악단이 만났다. 국내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국악관현악단이 음악적 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임헌정을 말할 때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서울대학교 교수로 33년간 재직하는 동안 오페라를 비롯한 수많은 무대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지만 부천 필을 국내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로 끌어올린 성과가 가장 눈길을 끈다. 그가 89년부터 무려 25년간 부천 필의 지휘대를 지키며 말러·브루크너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한 것은 한국 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일이었다는 평가다.

그의 이런 행보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BFO) 창단하고 38년 째 이끌고 있는 헝가리의 명장 '이반 피셔'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음악계에서 존재감이 분명한 헝가리는 유독 좋은 오케스트라에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BFO의 존재로 말미암아 그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할 수 있다. 더 많은 연봉이 보장되는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에 눈길을 돌리지 않고 BFO와 긴 시간을 보내며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키워낸 이반 피셔의 뚝심과 장기적 안목은 임헌정과 오버랩 된다.

임헌정은 몇 해 전 국립국악관현악단을 두어 차례 지휘한 적 있다. 일평생 서양음악 세계에만 있던 그는 당시 국립중앙극장장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의 끈질긴 권유에 처음으로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게 되었다. 악기를 알지 못한다며 고사 했으나 마에스트로의 손길에 의해 빚어질 새로운 음악을 원한 극장장, 지휘자의 진정어린 자세에 마침내 마음을 냈다. 수많은 경험을 가진 노련한 마에스트로답게 국악의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음악의 본질과 기본을 단원들에게 제시 했을 때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두 세계의 조화로움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특히나 기계음향을 거부하고 우리 소리가 가진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찾고자 노력했다는 것은 음악을 대하는 그의 순수한 자세를 보여준다.

대구시립국악단과 임헌정의 작업 역시 같다. 음악계의 신사답게 단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어법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시켜나갔다.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단원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본인이 행복한 음악을 해야 관객도 행복해 한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 역시 따뜻한 말로 단원들을 집중시킨다. "여러분이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관객은 감동받지 못한다." 영혼을 바쳐 음악을 하길 원하는 마에스트로는 능수능란했다. 한마디로 지휘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악보를 낱낱이 분석하여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단원들에게 명쾌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 또한 이끌어 낸다.

지금 대구시립국악단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있다. 국·공립 예술단체는 전통을 계승하고 다듬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기초예술 즉 국악의 원형을 잘 지켜갈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런 한편 동시대 정신을 담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기 위한 무엇인가가 지금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임헌정 선생과의 작업은 이런 것을 실험하고 만들기 위함이다. 이것은 소위 말하는 퓨전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원형을 해치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컬러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국·공립 예술단체는 객원 시스템의 활성화가 필수다. 새로운 시선을 가진 안무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연출가 그리고 영역이 다른 음악가와의 공동작업 등을 통하여 살아 꿈틀거리게 된다. 바닥을 휘저어 흙탕물을 일으켜 흘려보내면 새물을 받아들이게 된다.

오늘 저녁 그가 긴 세월동안 수많은 무대에서 음악을 만들어간 솜씨를 우리의 자랑스러운 단원들이 멋들어지게 받아줄 것이다. 대구시립국악단은 상임지휘자 이현창과 함께 수많은 무대에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아 왔다. 진정 대구의 자랑이라 할만하다. 오늘 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마에스트로 임헌정의 섬세하고 분명한 음악세계가 단원들의 마음속에 들어갔을 때 어떤 사운드가 만들어질지 매우 기대 된다.

임헌정과 대구시립국악단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이 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안에 가득 할 것이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가득 차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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