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죄
사랑은 무죄
  • 승인 2021.09.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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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드라마에서 보았었는지? 아니면 영화에서 보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흐느껴 우는 남자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가 한 말은 "너를 사랑한 것도 죄냐?"라는 말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과연 그것만으로 죄(罪)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마다 여러 생각과 여러 마음을 가지리라 여겨본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차치(且置)하고 필자의 생각을 나눠보면 필자는 '사랑은 죄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고로 사랑은 무죄다.
누군가 내게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나는 "네~얼마든지요."라고 말하리라. 겁 없이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런 말을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사랑은 '행위'이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가수 안치환 님의 노래 중에 '사랑하려네'라는 노래가 있다.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사실은 찾아서 부른다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절로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이 노래는 노래 가사가 참 좋다. 여러분도 한번 찾아서 들어 보기를 권한다. 노래의 후렴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하려네.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을. 껴안을 것이 너무 많아. 사랑하려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사랑이 마구 샘솟는 듯해서 참 좋아하는 노래다. 필자는 이 구절에서 가수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뜻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마음에서 '사랑하려네'라고 말을 했는지를 나에게 전달이 된다. 가수는 사랑을 어느 대상에 가두지 않고 사랑을 모든 사람, 그리고 모든 상황, 모든 것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마음으로 '껴안을 것이 너무 많아서 사랑하려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나 역시 주위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나의 삶을 사랑하고 싶고, 나에게 주어진 여건과 사람들을, 앞으로 내가 만날 수 있는 많은 상황과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사랑은 대상에 머물 수 없다. 즉, 한 사람이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나누는 그런 좁은 차원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대상만으로 좁혀 생각하기엔 단어 자체가 너무 아름답고 고귀하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배우자를 사랑한다고 하면 당신은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은가? 고마울 거 같은가, 아니면 화가 날 것 같은가, 고마움보다 화가 먼저 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우리가 '욕심' 혹은 '소유'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데 있다. 말을 듣는 즉시 기분이 나쁜 건 사랑을 대상에 두기 때문이다. 혹시나 저 사람이 나의 배우자를 뺏어갈 것만 같고, 차지할 것 같으니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의 뜻을 정확히 안다면 우리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사랑은 절대 탐내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가 행복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거나 나의 배우자를 사랑한다면 참으로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가지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 그것은 사랑의 가면을 쓴 욕심이지 그것은 절대 사랑이 될 수 없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질투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사랑은 무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곁에 두려고 날개를 꺾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훨훨 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라 했다. 사랑의 날개를 꺾어 작은 상자 안에 가두지 말자. 사랑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자유롭게 날아올라 멀리 떠난 그 사랑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맘껏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만 하고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 세상이지 않은가. 얼마나 아까운 시간인가. 맘껏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기로 하자. 당신이 만나는 사람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기로 하자. 우리 인생 그렇게 길지 않다. 이내 아침은 지나고 밤이 찾아온다. 길게만 생각했던 이 세상에서의 시간, 금방이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왔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가을이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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