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온통 아지랑이로 꼬물거렸다
차들은 국도 제 몸 휘어진 쪽으로 자꾸 쏠리는데
과수밭 사람들은 나무에 매달려 잎 소제를 한다
잠깐 하는 순간 앞 차와의 간격 1cm 두고 멈췄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눈꺼풀이 내려와 엉덩이를 번쩍 들었다
지난 번 군대 간 아들 면회 다녀 올 때도 그랬다
옆에 보니 딸아이는 깊이 잠들어 입을 비틀고 있다
이럴 땐 지나가는 트럭 운전사
런닝 속 울퉁불퉁한 팔뚝이라도
보면 정신 차릴까
1993년 늦가을
L.A 공항 가던 길
낭떠러지 굴러 떨어진 벤을 떠올리면
화들짝 정신 번쩍 들까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얼마 전 졸음운전 경험담을 털어 놓으면서, 깜빡 조는 그 사이 꿈까지 꾸었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면서 공감하였다. 누구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가슴 서늘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심지어 졸음운전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 겁나고 부담스럽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운전만 하면 졸음이 오는 탓에 예상시간보다 최소 1시간은 먼저 출발한다. 쉼터에서 수시로 자다가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졸음운전을 아주 진지하게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던 것을 시로 옮겨 놓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로 시를 적는다는 것은 어디 이 하나뿐이겠는가. 시인의 삶은 온통 시를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극단의 결과를 상상하여도 오는 졸음은 피하지 못하니 시인이시여! 잠이 올 땐 풍경 좋은 쉼터에서 잠시만 눈을 붙이소서.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