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손혜영, 25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공연
한국무용가 손혜영, 25일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공연
  • 황인옥
  • 승인 2021.09.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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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안무가로서 ‘나만의 춤’ 추고 싶었다”
좋은 춤은 음악적 이해서 탄생
이미경에 1년 남짓 가야금 사사
가야금 산조춤 안무 창작 완성
대나무 절개·난의 고귀함 표현
한국무용가 손혜영

한국무용가 손혜영의 연습실 문을 열자, 단아한 춤사위 대신 가야금 소리가 허공의 고요를 갈랐다. 그가 튕기는 가야금 소리였다. “춤꾼에서 가야금 연주자로 종목 변경을 했을까” 싶을 때쯤, “춤 인생 2막은 가야금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가야금을 배운지는 1년 남짓, ‘산조춤’ 안무를 위한 필수과정으로 가야금 레슨을 시작했다. 춤에서 음악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에 해당된다. 운전자에게 엔진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은 선택사항이지만 자동차 전문가에게는 필수인 것처럼, 가야금산조로 안무를 만들어야 하는 그에게 가야금 연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누군가의 연주를 들어서 음악을 이해하는 것과 직접 연주해서 이해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안무자 스스로의 연주를 통해 음악을 이해하게 되면 가장 음악에 근접한 안무가 나올수 있다.”

‘한국무용 손혜영의 춤’ 공연이 25일 오후 6시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선보인다. (재)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관장 정성희) 기획인 ‘아티스트 인 대구’ 시리즈 여섯 번째 공연의 주인공으로 한국무용가 손혜영이 초대됐다. ‘아티스트 인 대구’ 시리즈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을 지원하고 다양한 공연콘텐츠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하고자 기획된 지역 예술진흥 프로그램이다.

지난 30여년간 수많은 무대에서 단아하고 품격있는 춤사위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에게 이번 공연은 터닝 포인트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직접 안무한 창작춤인 ‘산조춤’을 선보이며, 안무자로의 변신을 선언한다. 이번 공연이 선조나 스승이 만들어 놓은 잘 닦여진 길을 걸어왔던 과거와 달리, 스승의 춤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춤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첫 발자욱이 된다. 이러한 도전 뒤에는  그 역시 후학들의 스승으로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안내자로서의 사명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다.

“50을 넘기면서 이제는 나만의 춤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올라왔다.”

대학에서 한국창작무용을 전공하다 전통무용으로 방향을 튼 그는 대학 졸업하던 해에 박재희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의 공연에 반해 그의 제자로 입문했다. 박재희는 한국무용가 한영숙의 직계 제자다.

단국대학교 무용학과 박사를 수료한 손혜영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무용학과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며, 아정무용단을 운영하며 80여명의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 2012년에는 명창 박록주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종합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춤꾼으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스승들의 춤을 이어나가면서 또한 그 춤을 원류로 해서 나의 감성과 철학이 녹아든 나의 춤을 만들고 싶었다. 3년의 고민과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산조춤’이 나왔다.”

그의 ‘산조춤’은 가야금산조를 기반으로 한다. 다스름·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세산조시·다스름 등의 장단이 쉬지않고 연주되는 가야금산조의 독특한 음색과 격렬한 감정을 ‘산조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김죽파류, 강태홍류, 최옥삼류 등 다양한 가야금산조가 존재하는데, 그의 ‘산조춤’은 이미경(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이수자)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에 기대고 있다. 춤의 부제는 ‘죽청난향(竹靑蘭香), 말 그대로 대나무의 절개와 천리에 향기를 퍼트리는 난의 고귀함을 표현한 춤이다. 춤의 분량은 13분이다.

‘산조춤’은 100번이 넘는 가야금산조 감상하기와 1년여에 가까운 가야금 연주에 대한 공부로부터 시작됐다. 가야금산조를 접하면서 깨끗하고 잔잔한 침묵의 고백을 들었고, 넓은 수평선 위에 떠오르는 해의 찬란함을 보게 됐다. 현을 통해 튕겨져 나오는 산조가락에 배어있는 엄숙함과 애절함이 그의 가슴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부서져갔다. 손혜영의 창작춤 ‘산조춤’은 그렇게 탄생했다.

승무나 살풀이, 태평무 등 대중에게 익숙한 춤 대신 가야금산조로 춤을 만든 이유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한몫했다. 승무나 살풀이 등은 스승인 박재희류나 더 윗대인 한영숙류 춤들이 존재하지만, 산조춤은 스승들의 미개척 분야였다. 자신의 춤 세계에 대한 개척을 시작했지만 그의 ‘산조춤’은 한영숙류의 단아함을 따르고 있다. 큰 틀에서 스승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의미다.

“초연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이고, 이후 계속 수정 보완하며 손혜영류 산조춤으로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다.”

하고 많은 곡들 중에서 가야금산조로 춤을 만든 이유는 명료하다. 깊은 한이 스며있는 아쟁보다 희노애락을 청아함 속으로 승화하는 가야금 소리가 고요하면서도 품격있는 그녀의 춤사위와 잘 맞기 때문이다. 가야금은 이미경(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이수자)에게 사사하고 있다. 이번 ‘산조춤’ 창작에 이 씨는 가장 큰 조력자였다. 이 씨는 촘촘한 그물망처럼 가야금산조에 대한 해석을 그에게 전수했다.

가야금을 배우면서 손혜영은 악기 연주 전도사가 되었다. 좋은 춤꾼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꼽으면서, 춤꾼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큼 음악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지름길도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후배나 제자들에게 악기를 배울 것을 조언한다.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음악에 부합하는 온전한 춤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난 1년간 지독하게 가야금산조 연주에 매달렸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미경의 가야금 연주와 함께 선보이는 ‘산조춤’ 외에도 한국무용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승무(한영숙류)를 시작으로 정중동이라는 절제된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살풀이춤(한영숙류), 벽파입춤(박재희류), 산조춤(안무 손혜영), 진주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태평무(한영숙-박재희류) 등 총 6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중에는 제자들의 무대로 마련되어 있다.

중견에 접어든 그가 춤의 원숙미를 언급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생기발랄함 대신 찾아온 노련함과 원숙미가 그녀의 춤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그에게 좋은 춤꾼이 가져야 할 덕목을 묻자 “삶”을 이야기했다. 그에게 “춤은 곧 삶”이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면 그 사람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다운 춤이 나올 수 없다. 좋은 춤꾼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인내하며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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