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못가요”…명절이 더 우울한 이주민들
“올해도 못가요”…명절이 더 우울한 이주민들
  • 한지연
  • 승인 2021.09.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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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2년째 가족 못 봐 속상
가뜩이나 우울한데 향수병 겹쳐
부모님, 감염 우려 귀국 만류도”
SNS로 고향음식 보며 대리만족
“코로나로 명절 분위기를 못 낸다고 해도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많이 생각나죠. 걱정도 되고, 너무 속상해요. 올 추석엔 정말 호치민에 가고 싶었는데…….”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민 윙티녹항(여·37·대구 북구 읍내동) 씨는 호치민에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베트남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7월부터 봉쇄 조치가 이어졌다. 위드코로나 준비 속에 최근 봉쇄완화 방안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윙티녹항 씨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2004년 한국에 정착했다는 윙티녹항 씨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베트남을 자주 찾았는데, 지난해부턴 가족들이 먼저 제가 위험할 수 있으니 베트남으로 오지 말라고 한다”라면서 “코로나로 가뜩이나 우울한데, 향수병까지 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추석 명절을 앞둔 결혼이주민들이 2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명절이면 더욱 그리워지는 고국의 가족들을 보지 못하는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내 결혼이주민은 2019년 기준 총 9천403명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 결혼이주민의 우울감 호소도 잇따르는 실정이다.

중국 출신 결혼이주민 장서현(여·47·대구) 씨도 근래 가족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곤 한다. 추석연휴 중 남편, 자녀 둘과 경북 고령에서 거주하는 시부모님 댁을 방문할 계획인데 정작 친정인 중국에는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고향 음식을 맛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장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향에서 즐겼던 음식을 찾아보며 종종 대리만족을 한다고 했다.

“중국은 명절이면 휴가를 많이 줘요. 월빙 같은 과자를 먹고, 달구경도 하고, 연등도 만들곤 했거든요. 코로나로 이 모든 게 어렵다고 해도, 가족들을 보는 건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데 쉽지 않죠.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랑 맛있는 식사 한 끼 하는 게 소원이에요.”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장 씨는 가족들과 전화를 하거나 한국에서 지내는 모습을 사진·영상에 담아 가족들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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